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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과 공공유산
사유재산과 공공유산
  • 김은정
  • 승인 2020.06.04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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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지난 5월 말, 문화계의 관심이 온통 한 미술품 경매 현장에 쏠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이 사상 처음으로 공식 출품해 경매에 붙여진 불상 2점의 매각 현장이었다. 이날 출품된 금동보살입상과 금동여래입상은 모두 국가지정보물이 된 불교미술사의 중요한 명작이다. 응찰 시작가는 15억 원, 그러나 응찰자가 나오지 않아 응찰이 시작된 지 단 3분 만에 경매는 유찰됐다.

사실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이 경매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논란이 이어졌다. 문화재만도 5000점이 넘는 소장품을 갖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1938년 문을 연 이후 경매시장에 문화재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줄곧 우려되어 왔던 간송미술관의 재정난이 그대로 드러난 계기였기 때문이다. 문화계와 전문가들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사이, 간송미술관 소장품의 경매시장 진출(?)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누적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선대가 쌓아온 권위와 정신을 실추시켰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한편에서는 미술관의 지나친 폐쇄성이 오늘의 상황을 불렀다는 지적도 일었다. 해석과 평가는 충돌했지만 분명한 것이 있었다. 논란의 바탕이 간송미술관의 미래를 향한 애정에 있다는 것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온 재산을 쏟아 문화재를 지켜낸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 간송은 일본의 문화침탈이 절정에 이르렀던 바로 그 시기에 문화재를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그가 구해낸 우리의 문화재는 수 천점. 그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중에는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이 귀하디귀한 유산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간송의 소장품은 사유재산이지만 공공의 유산으로 함께 지켜내야 하는 우리의 문화재다. 간송미술관이 처한 현실을 관망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소장품 경매로 불거진 논란의 과정에 주목되는 제안이 있다. 프랑스가 시행하고 있는 국가의 공공매입 제도 도입이다. 국가차원의 ‘문화재매입위원회’에서 매입여부를 결정, 관련 기관에 위탁관리를 하게 하는 방안이란다. ‘어렵게 지켜낸 민족의 보물이니 되팔기를 흥정하지 말라’던 간송의 유지가 전해진다. 문화유산의 향유에 그 뜻이 있을터. 문화재를 ‘공공성’의 가치로 지켜낼 수 있으니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통로도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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