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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고요하고 잠잠하다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고요하고 잠잠하다
  • 기고
  • 승인 2020.06.23 20: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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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 알았습니다. 세상이 동그란 줄만 알았었습니다. 화암사(花巖寺) 적묵당(寂默堂) 마루에 걸터앉아 하늘도 땅도 네모란 것을 압니다. 이응, 이응 벌린 입을 미음, 미음 닫아겁니다. 와글거리던 속내가 수굿해집니다.

우화루(雨花樓) 앞 늙은 매화나무 아래에서 주워온 시금털털한 풋 매실 하나 우물거립니다. 꽃비 이미 멎었습니다. 극락전 아미타불도 문 닫아걸고 들어앉으신 지 오래입니다. 입 꾹 다물었습니다. 세상도 시절도 나도 칸, 칸 마루에 나앉아 다뭅니다.

쑥꾹, 쑥꾹 한나절 울어대던 쑥꾹새도 불명산(佛明山) 시루봉 너머로 날아갔습니다. 적묵당 기둥에 기대어 떠가는 흰 구름을 봅니다. 빈 마당을 봅니다. 동그란 줄만 알았던 하늘이, 마당이 네모입니다.

반 평 독방에서 풀려나 한입 두부 베물 듯, 벌린 입을 미음 미음 다뭅니다. 우화루 목어 입 꾹 다물었고요. 문간채 마당귀 모란 정갈하게 꽃을 지웠습니다. 극락전 처마 끝 풍경(風磬)도 쉿, 검지를 입에 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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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란비 2020-06-24 18:32:32
금산사 템플스테이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시끌시끌 복잡한 머리, 천천히 달팽이처럼
느림과 마음의 고요를 찾고 싶었던 것이지요
종교는 다르더라도 편안하니 달래주던
스님의 목탁소리와 염불소리...

개울물 소리, 소쩍새, 뻐꾸기소리,
두꺼비 소리, 새벽녘 종소리,
우울진것들을 훅 후려치고
긴 들숨을 쉬게 해 주었습니다
산책길,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스님과 함께
걸으면서 고요속에 나의 소리를 듣게 되었지요

어쩌다 바람 불때면
뎅그랑 뎅그랑 그날의 소리가
풍경처럼 머물다 갑니다. 고요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