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07-13 21:22 (월)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풍경이 있는 풍경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풍경이 있는 풍경
  • 기고
  • 승인 2020.06.30 20:2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람이 붑니다. 도솔산이 까르르 웃어 젖힙니다.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이 제 몸을 뒤집는 게 아니라, 나뭇잎이 어서 와 어서 와, 손 까불어 바람이 이는지 모릅니다.

선운사 극락전 처마 끝에 풍경(風磬)이 매달려 있네요. 그 풍경에 물고기 한 마리 매여 있고요. 출처를 모르는 바람처럼 가는 곳을 모른 채 평생 헤엄치는 저 물고기, 어디서 온 어떤 바람이 어디로 밀어 대는지 알고 싶었겠지요. 티끌 한 점 없는 허공에 뜬 저를 흔들고 가는 것이 어떤 연(緣)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싶었겠지요. 제 눈꺼풀을 잘라버렸습니다.

몸도 없고 색도 없고 향내도 없는 바람이 없는 길을 걸어와 저를 흔들 때, 그 형체도 없는 것에 제가 흔들릴 때, 물고기는 저를 흔드는 것이 곧 나뭇잎 같은 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바람을 청하는 마음에 제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땡그랑 땡그랑 저 물고기, 바람을 부르고 싶어서 스스로 종메가 되었습니다. 바람 따라 어디까지라도 퍼져나가고 싶어서 아프게 제 몸 부딪힙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푸르내 2020-07-03 11:12:27
물고기 한 마리 하늘자락 처마끝에서
바람의 소리를 들려주네요
어느날은 덩그렁덩그렁 구슬픈 눈물로
어떤날은 댕그랑댕그랑 가슴끝 그리움으로
분분히 힘든 그런 날엔
땡그랑 땡땡 흔들리며 가는 삶으로
들려옵니다 풍경소리가...

바람을 청하는 마음에
제가 흔들리는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