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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했던 일상의 소중함
사소했던 일상의 소중함
  • 기고
  • 승인 2020.07.0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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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살았던 별에는 바오밥나무가 있다. 왕자는 매일 그 나무를 치워야 했다. 치우지 않으면 어느새 금방 커져서 그의 별을 망가뜨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부지런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그 별에는 바오밥나무 말고도 어린 왕자가 씨앗시절부터 소중히 길러냈던 장미꽃 한 송이도 있었다. 그런데 너무 애지중지 키운 탓인지 장미는 늘 투정이 많고 어린왕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오냐오냐 하며 장미의 말을 들어주던 어린왕자는 결국 장미에게 화가 났고 장미의 오만함과 강한 자존심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별을 떠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까지 오게 된다. 어린왕자는 곧장 사하라 사막으로 간건 아니었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이르기까지 여섯 개의 별을 거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별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어린왕자는 여섯 번째 별마저 포기하게 된다.

여섯 번째 별에서 우연히 만난 지리학자로부터 지구라는 별을 소개 받게 되고, 그렇게 하여 도착하게 된 지구에서 어린왕자는 뱀과 장미꽃도 만났다.

지구에서 이것저것 놀랄 일을 많이 겪으며 상심에 빠져버린 어린왕자는 이번에는 여우도 만나고. 또 비행사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여행한지 1년째 되는 날 어린왕자는 지구에서 장미꽃을 본고난 후 별에 두고 온 장미꽃의 소중함을 깨닫고 비행사에게 돌아간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어린왕자는 떠나오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장미꽃의 소중함을 뒤늦게야 깨닫고 살았었던 별로 되돌아갔던 것처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아무런 느낌 없이 지내던 사소한 일상들이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매우 소중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가끔 만나 식사를 함께한 후 찻집에 죽치고 앉아 여자들에게 뒤질세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마저 무시한 채 수다를 떨었던 시간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너무 반가워 얼굴가득 함박웃음 머금고 덥석 맞잡은 손으로부터 전해오는 따뜻한 온기도 그립다.

늦은 휴일 아침 아내 손잡고 어슬렁거리며 걷다가 사먹던 재래시장 가판대 음식도 생각난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집어 먹던 맛 배기 공짜 음식의 짜릿함도 잊을 수 없다.

학교도서관 서가들 사이를 오가며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던 마음의 여유. 스치기만 해도 튕겨져 오를듯한 싱싱한 젊은이들의 어깨를 부딪치며 걷던 캠퍼스의 시끌벅적한 소란함.

오랜 망설임 끝에 큰 맘 먹고 구입한 뮤지컬 티켓을 손에 쥐고, 옷장 깊숙이 넣어둔 정장을 꺼내 먼지를 털던 때 손가락으로 전달되어 오던 가벼운 전율. 최근 크게 흥행하고 있는 영화 티켓을 구입하려고 늘어선 긴 대기 줄에서 먹던 심심풀이 팝콘의 유혹. 종일 대문 밖을 서성이며 온몸을 다해 기다리다 지칠 무렵, 밭일 끝내고 돌아오는 어머니를 보고 느꼈던 안도감처럼, 모처럼 적금만기일 맞춰 떠난 해외 단체여행의 무리에서 떨어져 해매다 가이드의 깃발을 본 순간 느꼈던 안도감. 아침 한바탕 혼이 빠지도록 시끌벅적 떠들어대던 말괄량이 손녀들을 노란색 버스에 가까스로 태워 준 후 아내와 마주 앉아 달콤한 양촌리 커피를 마시면서 느낀 평온함.

물론 귀하게 생각되어지는 사소한 일상들이 각자 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이런저런 평범했던 일상들이 매우 소중했음을 깨달았다.

/한병성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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