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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
인간의 존엄
  • 김윤정
  • 승인 2020.07.07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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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앞에 무너져 버린 인간의 존엄성
故최숙현·故송경진에 ‘절망’준 주체들이 보여주는 인간 존엄의 아이러니
김윤정 정치부 기자
김윤정 정치부 기자

누구나 살다보면 한없이 무력해진 자신과 마주할 때가 있다. 이 무력감이 지속되면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존엄은 사라지고 절망만 남게 된다. 희망이 없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 돼 스스로를 내던지게 만든다.

인간이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독립성’이다. 그러나 독립성은 권력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존엄한 삶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지만 지켜내기 어려운 이유다.

자신의 목숨으로 체육계의 폭력을 고발한 고(故)최숙현 선수와 죽음으로써 억울함을 증명했던 고(故)송경진 교사의 선택은 ‘권력’앞에 무너져 내린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줬다.

국민들은 안타까운 죽음에 슬퍼하고 같이 아파했다.

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최 선수는 경찰을 찾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탈출하고자 했으며, 송 교사는 학생들까지 나서 “선생님을 죄가 없다”며 탄원에 나섰지만 그에게는 최소한의 소명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최악의 상황에 치닫고 나서야 수사에 나섰으며, 3년간의 행정소송 끝에 ‘순직’을 인정받아 최소한의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정작 두 사람에게 ‘절망’을 준 주체들은 최소한의 반성조차 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또 다른 절망을 안겨줬다. 최 선수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준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바이애슬론 감독과 선배선수들은 “모른다. 고인에게 미안하지는 않다‘는 변명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인간적인 아픔과 법적문제는 별개라며 도의적인 책임마저 회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송 교사가 ‘전북교육청의 강압적인 조사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승환 교육감은 취임 10주년을 맞았다.

김 교육감은 취임 10주년을 맞은 당일 ‘위기와 인간존엄’을 주제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교육감은 이날 “위기의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지는 태도를 가져야한다”며“우리 직원들은 위기에서도 인간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마 김 교육감은 ‘칸트’의 철학이기도 한 ‘존엄성 있는 자율적 개인’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칸트가 말한 ‘자율성 확립을 통한 인간존엄의 가치’는 자기 자신은 물론 외부세계, 즉 타인에게도 항상 같은 보편적인 도덕기준을 적용 할 때 비로소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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