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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공정성을 잃은 공정성 논란
인국공, 공정성을 잃은 공정성 논란
  • 기고
  • 승인 2020.07.12 19: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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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이 난리다. 보안검색 노동자 1902명을 직접 고용하는 일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미통당이 TF까지 구성하고 나섰으니 당분간 갈 것 같다.

TBN 전북교통방송에서도 작년에 보안관리와 환경관리를 맡는 다섯 분이 ‘정규직’이 되셨다. 윤종기 이사장의 결단에 따라 도로교통공단 소속 모든 기관에서 동시에 전환됐다. 기존 정규직 직원들의 반대가 있었냐고? 아니다. 오히려 반기고 축하해줬다. ‘정규직’은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된다는 뜻이지, 일반직과 동의어가 아니다. 매번 고용계약을 새롭게 고쳐 써야 하는 불안하고 불편한 절차만 사라졌을 뿐, 그동안 해오던 업무는 변함없다. 임금체계도 거의 그대로이다. 나중에라도 PD가 되거나 일반 행정직이 될 가능성은 없다. 시설관리와 교통정보수집 쪽도 이전에 정규직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

물론 공공기관(공사, 공단)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고 처해있는 상황도 다를 것이다. 기존 정규직의 복지 축소라든지 새로운 노-노 갈등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노조의 반발은 어느 정도 이해도 된다.

그런데 전면에 ‘내세워진’ 것은 노조보다는 취준생이었다. ‘자칭’ 검색요원이 커뮤니티에 올린(올렸다는?) 글이 불쏘시개가 됐다. 알바로 들어와서 190만원을 벌다가 정규직이 돼서 연봉 5000만원을 받게 됐다는 이 사람은 “서울대, 연대, 고대 나와서 뭐하냐, 니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이 됐다”고 조롱했다.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취준생에 대한 역차별’ ‘로또취업’ ‘벼락 신분상승’ 등의 언어로 양념을 치며 청년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그러나 어쩌랴,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보안검색 업무는 2개월간 20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은 뒤 국토교통부의 인증평가를 통과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르바이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취준생들이 꿈꾸는 직장은 더 더욱 아니다. 꼭두새벽으로 오밤중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면서 평균 연봉 3500만 원 정도(초봉이 아니다) 받는 직장을 얻기 위해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를 받고 ‘허벅지를 찔러가며 밤새 공부’하는 취준생이 많지 않을 것이다.

취준생의 밥그릇 빼앗기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시비는 채용과정의 공정성으로 옮겨붙었다. 야당은 로또취업방지 법안을 발의하고, 인국공 공정채용 TF까지 만들었다. 과정만 공정하다면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언론과 정치권 안팎의 논란은 ‘공정한 채용’ 보다는 ‘채용 반대’쪽으로 쏠리는 듯하다. 공개경쟁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어려움 속에서 십 수 년 동안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을 내쫒고 새로 충원하는 것이 공정하고 가능한 일일까? 언론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여러 반대의견을 소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취재원은 신원확인도 어려운 온라인상의 존재들이다. 과장되거나 엉뚱한 주장도 적지 않다.

사실 ‘공정성’은 언론의 생명이다. 방송법과 신문윤리강령에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가 명시돼 있다. 언론에서의 공정성은 대체로 객관성, 사실성, 불편부당성, 균형성, 중립성 등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국공 보도는 과연 이런 부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오히려 언론 스스로가 기울어진 심판이 되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판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이를 즐기는 것은 일부 정치권이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사회는 불안하고 혼란스러워 진다. 끔찍한 재앙으로 치닫기 전에 차별과 차이를 하나씩이라도 줄여나가야 한다. 절차적 공정성을 지나치게 따지는 것은 발목잡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이성원 사장은 전북일보 논설위원, 리더스아카데미 사업단 단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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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 2020-07-12 20:44:02
보안검색 입사 난이도가 알바 수준이라 알바 이야기도 스스로 자신들의 톡방에서 나온 말이고 당연히 일부는 기본적인 소양도 인성도 안갖춘 어중이떠중이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 입니다. 최소한 서류전행 필기시험을 거쳐서 선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는데 현정부는 과연 그들의 입사후 그들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미 많은 선례가 발생하고 있어니 현실 좀 제대로 보시고 말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