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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비법
위기탈출비법
  • 기고
  • 승인 2020.07.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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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결혼 직후 위기가 찾아왔다. 우리는 서로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시골 남자와 도시 여자. 차분하며 내향적인 남편과 적극적인 활동가 스타일의 아내는 마치 고양이와 개처럼 갈등만 반복하고 있었다. 원래 신혼이 다 그렇다는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17세기 독일의 신학자 루퍼투스 멜데니우스(Rupertus Meldenius)의 글귀를 묵상했었다.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그리고 모든 것에는 사랑을..”

남편과 나는 중요하지 않은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집착하고 예민하게 반응을 했었다. 30년 넘게 다르게 살아온 남녀가 흔히 느낄 수 있는 이질감. 이는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었는데 옳고 그름의 문제로 여기며 얼마나 대치를 했었는지, 미련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공유하는 가치와 신념이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하며 비본질적인 것들로부터 진정 자유하게 됐다. 그리고 모든 것 위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며 진짜 가정을 세워갔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본질적인 가치에 일치를 찾아가고 비본질적인 것에 자유하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때론 굳어버린 머리와 생각, 그리고 행동양식들로 사회를 뻣뻣하게, 때론 불편하게 만든다. 이런 태도가 삶의 터전에서 매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문제와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우리 시대 불통의 아이콘, ‘꼰대’의 탄생 경위도 이와 같을 것이다. 권위적인 사고에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양한 해결방법이 있음에도 자신의 것만 주장해서 문제가 생긴다. 예측 불가능한 위기와 변화 속에서 유연한 사고와 무던한 수용력이 없다면 문제해결은 요원해지고 불통의 이미지만 공고히 쌓인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주환의 저서 ‘회복탄력성’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마음의 힘, 즉 ‘역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도약의 기회로 삼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행해야하는 것은 ‘단호하게 현실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결국 어떠한 갈등의 상황을 받아드릴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시작으로 회복도 일어날 수 있다.

더위를 피한다는 복날의 복(伏)은 ‘머리를 숙이다. 납작 엎드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복날을 통해 우리 선조들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정면 돌파만이 답이 아니라 때로는 어려움 앞에 엎드려 넘어갈 수도 있다는 지혜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심지어 초복, 중복, 말복이라는 세 번의 장치를 제공하며 만회의 기회까지 주어졌다.

위기 앞에서 보이지 않는 탈출 비법을 찾아 머리를 쥐어뜯을 때, 때론 ‘납작 엎드리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지혜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싶다. 고귀한 자태를 자랑하며 꼿꼿이 버틴 나무도 태풍 앞에선 부러지고 꺾인다. 반면, 바람을 유연하게 타고 흐름에 몸을 맡긴 연약한 갈대는 살아남듯이 말이다.

비본질적인 것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자. 목숨 걸고 지킬 사상과 신념이 아니라면 ‘넉넉한 수용’도 멋진 해결책이다. 첫 번째 안과 두 번째 안의 갈등이라면 세 번째 안을 선택하는 플렉스(flex)는 멋지지 않은가.

알 수 없는 인생의 풍파 속에 파도가 치거든 넘실대는 물결에 몸을 그대로 맡겨 본다. 적어도 ‘난파’라는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강주연 전북극동방송 방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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