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08-14 10:48 (금)
파탄적이어도 대화가 시작된 것은 좋은 일이다
파탄적이어도 대화가 시작된 것은 좋은 일이다
  • 기고
  • 승인 2020.07.16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도상 겨레말큰사전 상임부이사장
정도상 겨레말큰사전 상임부이사장

2020년 7월 한반도의 정세는 하루하루가 증강현실이다. 지난 6월 16일, 북한은 남북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다. 그것을 본 순간, 나는 안심하였다. 비록 파탄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비로소 남북대화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사퇴하는 것으로 남한 당국은 응답하였다. 폭파와 사퇴에 이어 북한의 김여정은 휴전선에서 군사행동을 예고하였다. 실제로 군사행동의 징후들이 포착되었다. 긴장의 파고가 높아갈 무렵,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하였다. 남한 당국은 이인영 의원을 통일부장관으로 내정하고, 청와대의 안보실장을 서훈 국정원장으로 교체하였고, 신임 국정원장에는 박지원 전의원을 내정하는 것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지난 2018년 4월 27일의 판문점 회담으로 시작된 남북대화는 순풍에 돛을 단 것처럼 보였다. 9월 19일에는 평양에서 군사합의서까지 서명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의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대중연설까지 하였다. 기나긴 분단체제가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지만 2019년 2월 베트남의 하노이회담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CNN은 화면을 둘로 쪼개 한 화면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을 생중계하였고, 다른 화면에는 미국 국회에서 진행되는 트럼프 관련 청문회를 생중계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노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플러스 알파를 내주고 싱가포르 회담의 실무적 전개를 하고자 하였으나 커다란 실망감을 안고 평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왜, 이런 반전이 일어났는가?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내용을 살펴봐야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싱가포르 합의문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미-조 관계를 수립.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 즉 종전선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전쟁 포로 유골의 즉각적인 송환을 포함해 전쟁포로와 실종자의 유해 복구.

이 중에서 네번째 내용만 실행에 옮겨졌다. 유일하게 북한이 그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그 후의 실무회담에서 볼턴을 앞세워 3항만 논의하고자 하였고, 1항과 2항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는 것을 꺼렸다. 북한은 당연히 셈법이 다르다고 항의하였다. 하노이에서 3항의 진전을 위해 영변과 플러스 알파를 내놓겠다고 하였지만 볼턴의 사주를 받은 트럼프는 대기업의 회장 출신답게 외면하고 말았다. 비극은 여기에 있다.

기회주의적 영리주의자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과 같은 극우적 참모들에 둘러싸여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했고, 낙관적 중계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 대화하며 그가 중계를 받아들였다고 판단하고 그 내용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였다. 낭만적 실용주의자 김정은 위원장은 그 중계를 믿고 하노이에 갔다가 낭패를 당하고 만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은 문재인 대통령을 믿었다가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고 느낄만 했다. 게다가 남한 당국은 남북대화를 철저하게 북미대화에 종속시키는 정책적 실패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 결과가 파탄적 대화의 시작인 것이다. 새로운 통일부장관이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무엇보다도 먼저 한미워킹그룹에서 통일부가 철수하고, 남북 장관급회담을 복구하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위한 통일부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고 하겠다.

 

△정도상 상임부이사장은 6·15민족문학인 남측협회 집행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