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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빌려온 그림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빌려온 그림
  • 기고
  • 승인 2020.07.28 2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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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 좋은 곳이랍니다. 열여섯 평도 아니 여섯 평 컨테이너랍니다. 김 시인, 삼십 년 봉직했던 직장을 물러 나와 덜컥 일을 저질렀노라 했습니다. 상추 몇 잎 풋고추 몇 개……, 소원이었답니다. 평생 최고의 사치라네요. 동서남북 벽마다 창을 냈습니다. 마루도 없는 단칸이지만, 그림은 세상에 단 한 점뿐인 진품만 빌려 왔노라 침이 마릅니다. 동쪽 벽엔 도라지밭 건너 대숲 한 폭, 남쪽 창엔 구름 걸린 내장산 서래봉이 한 폭, 가히 명화입니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 삼 간 지어내어/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딱 면앙정 송순입니다. “빚 무서운 줄 알아라!” 평생 못이 귀에 박혔지만, 빚도 이런 빚이라면 기꺼이 지고 살 만하겠습니다. 뒷산 멧비둘기도 목이 쉬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남창에 걸릴 가을 서래봉은 얼마나 시릴까요? 겨울 동쪽 벽엔, 흰 눈을 뒤집어쓴 푸른 대숲이 골똘히 생각에 잠길 테지요.

마음으로 뚫어준 달 밝고 별 초롱 할 하늘 창, 하이타이 대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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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래 2020-07-30 18:14:26
6평의 컨테이너에서 행복 일소일소
5천평 파안일소하는 김시인님이 보입니다
넉넉한 여유로움을 저장하셨겠지요
자음과 모음이 자유를 얻었겠지요
깻잎과 상추, 고추 흔들산들 노닐겠지요
동쪽 벽엔 도라지밭 건너 대숲이
남쪽 창엔 내장산 서래봉이
모든 이야기가 그림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화는
김시인님의 시로 그려지겠지요

뿌연 내 안의 창은
후후 얼마만큼 닦아야
풍경을 볼 수 있을까요
파란하늘, 하얀구름, 스쳐간 바람
그리고 어느 날은 비일텐데 저 창밖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