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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죄상
아베 사죄상
  • 권순택
  • 승인 2020.07.29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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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소녀상 앞에 무릎 꿇은 남성 조형물 하나가 국내외적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에 있는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라고 이름 붙은 이 조형물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형상화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일본에선 정부와 정치권 언론까지 나서서 강력히 반발하는 등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사실이라면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직격했다. 일본 언론과 정치권도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조형물이 공개된다면 양국 간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신속하게 조형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측의 격한 반응에 우리 외교부는 “정부와 무관한 민간 차원의 행사”라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정부로서는 외국 지도급 인사들에 대한 국제 예양(禮讓)이라는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간 차원이지만 외국 정상에 대한 외교적 예우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한·일간 논란의 이슈가 된 이 조형물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있는 위안부 소녀상 앞에 양복을 입은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엎드려 사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조형물을 만든 왕광현 조각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합당하게 받았어야 할 속죄를 작품으로나마 표현했다”면서 “일본이 진심 어린 사죄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경기 파주 임진각의 평화누리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발’을 제작하기도 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한국자생식물원 측은 다음 달 10일 일반인에 공개할 예정인 ‘영원한 속죄’상 제막식을 취소했다. 사비를 들여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 원장은 “절하는 남성이 누구라고 특정하지는 않았다”며 “일본 총리든 정치인이든 책임있는 사람이 사죄하는 모습을 보고싶은 마음”이라고 해명했다.

사죄하는 남성 조형물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꼬여 있는 한·일 관계에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거 국가의 잘못에 대한 사죄나 반성이 없는 일본의 용렬한 행태가 변하지 않고서는 한·일 관계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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