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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의 군집된 삶을 품었던 ‘장항제련소 사택’의 기록
근로자들의 군집된 삶을 품었던 ‘장항제련소 사택’의 기록
  • 김태경
  • 승인 2020.08.09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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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대 지역재생연구센터 기획전
9월 5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
직원 합숙소.
직원 합숙소.

장항제련소의 굴뚝에 연기가 멈추던 날, 사람들과 집도 함께 사라졌다. 세상 만물의 이치가 나고 살다 이내 지는 일의 반복이라지만 사라진 옛집과 풍경은 못내 서운하기만 하다.

여기 사라진 옛 풍경을 기억하며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는 작업으로 전시를 만들었다.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8월 한 달간 선보이는 기획전 ‘장항제련소 사택’.

“금강에서 서해에 이르는 기수역(汽水域)에 위치한 장항은 매립과 축항 후 1930년대 산업시설 장항제련소, 장항선 철길, 장항항 물길의 세 축 도시기반시설을 갖추며 급성장한 한국 근대산업도시의 전형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표지에 등장했던 장항제련소는 일제강점기 1936년 가동을 시작해 1989년 제련공정 폐쇄에 이르기까지 굴뚝의 높이를 키웠고, 근로자들을 위한 배후지원시설인 사택단지를 넓히며 이 작은 도시를 이끌었다.” (전시 서문 中)
 

새마을 사택.
새마을 사택.

이번 전시를 준비한 군산대 지역재생연구센터의 박성신 교수는 “장항의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빈 땅을 마주했던 2018년부터 시작됐다”며 “한 시절 사택에서 군집해서 살았던 근로자와 가족들, 제련소와 장항의 화양연화를 되새겨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학동사진관을 운영하는 김지연 사진작가의 빛바랜 풍경사진은 “속없는 짓이 훗날 위안이 될 수도 있다”는 조언을 줬고 박준 시인의 “떠난 이를 기억하는 일은 아직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과 꼭 닮아 있다”는 말은 이 작업을 이어나가게 한 새로운 격려가 됐다.

박 교수는 전국이 도시재생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인식에서 변화하고 서서히 흐려지고 있는 도시 풍경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군산대 지역재생연구센터의 정재욱, 김형준, 문지은 연구원과 연구실 학생들이 힘을 보탰다. 누군가가 도시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힘을 더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여기’를 기록하는 일을 지속해나갈 생각이다.

“장항제련소에 근무했던 사람들을 찾아 시절 이야기를 듣고, 기업사와 지역사를 찾고, 국가기록원 자료와 옛 도면을 열람하고, 항공사진을 통해 변천의 과정을 살피고 남아있는 흔적을 실측하고 기록했습니다. 기록의 결과물이 제법 두터워지고 그 표현 형태가 도면과 모형, 다큐영상물로 다양해지며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한 자리를 만든 거죠.“

오랜 시간 누군가의 삶을 품었던 옛집의 온기가 거칠기만 한 시간의 흐름에도 변치 않을 가치를 말해준다.

전시 관련 문의는 서학동사진관(전화 063-905-2366). 일·월·화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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