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09-30 23:30 (수)
초현실적 예술 공간, 전주시립미술관
초현실적 예술 공간, 전주시립미술관
  • 기고
  • 승인 2020.08.10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요즘 트렌드로 도시재생 같은 리노베이션, 리모델링 같은 단어가 익숙하고 다양한 공간 재활용의 사례들을 무수히 많이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공간재생으로 성공한 프랑스 파리 오클레앙 철도의 종착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인상파 거장들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과 요새와 왕궁을 거쳐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루브르는 전 세계 관광 필수 코스이다. 2000년대에는 영국 북부도시인 게이츠 헤드 도시 재생 프로그램 일환으로 제분소를 개조하여 만든 발틱 현대 미술관이 재생 미술관의 바이블처럼 추앙받고 있다. 중국 북경 798은 본래 경공업 단지로 점차 폐업하면서 수많은 화랑과 작업실이 밀집되어 중국 현대 미술의 아이콘이자 예술 단지가 되었다. 중국 상해의 모간산루 역시 방직공장이 쇠퇴하면서 순수 예술과 사진,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까지 예술 중심지라는 명성을 유지하고 블루칩 작가들의 성지가 되었다.

국내에도 폐교, 양곡창고, 찜질방, 공장, 국가시설 등 다양한 장소가 리모델링되어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청주시 옛 담배공장인 연초제조창을 2년간 재건축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작품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버려진 찜질방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화성에 있는 소다미술관은 옛 찜질방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독특한 외관과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충남 당진의 아미미술관은 폐교를 멋지게 활용하여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서울 마포에는 국가시설인 석유비축기지 5개의 유류보관 탱크를 리모델링하여 공연장, 강의실, 문화비축기지 관련 전시관으로 개조하고 기존 탱크들에서 나온 자재를 재활용해 커뮤니티 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임실 오궁리 미술촌은 1995년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작가들이 폐교된 오궁초등학교를 교육청으로부터 임대 받아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미술촌으로 꾸민 곳이다. 전주 팔복동 공업단지에 팔복예술공장은 1979년에 카세트테이프를 제작해 해외까지 수출하였던 쏘렉스 공장이 25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곳을 리모델링하여 미술관과 작가 레지던스 공간, 야호 예술놀이터로 변신하여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전북 순창의 옥천골미술관은 양곡창고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여 기획전시와 어린이 미술교실, 청소년 미술아카데미, 미술전문가 초청 특강이 수시로 이뤄져 군민들의 미술문화 갈증을 해소해주는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전북완주의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가 수탈한 쌀을 보관했던 양곡창고로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으나 지금은 그 상처를 치유하듯이 예술복합공간으로 리모델링되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완주군 소양면 송광사 가는 길에 위치한 산속 등대는 본래 제지공장이 문 닫고 방치돼 있었던 곳을 민간주도하에 예술공간으로 재생시킨 성공적인 사례이다.

앞으로 3년 후에 개관을 목표로, 현재 전주종합경기장 안에 있는 야구장을 리노베이션 하여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 용역발주와 포럼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야구장과 미술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상으로 초현실주의 작가 달리의 작품 기법인 데페이즈망(전치, 치환)을 연상케 한다. 과연 그 두 개의 조합이 어떻게 미술관으로 재탄생 될지 많은 상상력과 호기심을 유발한다. 오래 된 거울을 닦고 문질러서 묵은 때를 걷어 내 환하게 비치게 하는 일처럼 도시재생은 낡고 쓸모없는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듬는 것이다. 이처럼 시공을 초월한 초현실적인 아우라가 물씬 풍기는 전주시립미술관을 기대해본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