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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사랑이 무엇입니까?
[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사랑이 무엇입니까?
  • 기고
  • 승인 2020.08.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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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와 영원히 사랑을 의미하는 키스를 하고 있을 것 같은 그의 걸작 ‘키스’(1907년작).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와 영원히 사랑을 의미하는 키스를 하고 있을 것 같은 그의 걸작 ‘키스’(1907년작).

십여 년 전쯤, 아직 전남대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점심 무렵 졸업한지 오래인 제자가 찾아와 인근에서 김치찌개를 먹고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 때 그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 사랑이 뭡니까?’ 그 순간 나는 그가 학창시절 유난히 재주가 비상했던 그의 기질, 판화공방에 찾아온 여성을 만나 도피 끝에 결혼했던 장면, 여성의 부모가 나를 찾아와 없어진 딸 걱정을 했던 일….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고 그는 결혼 생활 10여년에 아이가 둘이건만 나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반문했다. ‘어느 날 너의 아내에게 남자가 생겨 헤어지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는 단숨에 말하기를 ‘도끼로 때려죽이겠습니다.’ 순간 나는 그의 단호한 난폭성에 당황했지만 이렇게 응수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인생에 사랑의 기회가 몇 번이나 되겠느냐? 만일 아내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긴 것을 축하하고 편안하게 헤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그는 침묵 끝에 아무 말 없이 돌아갔다.

기실 남녀 사이에 이런 종류의 사랑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남녀의 정이 깊을수록 소유 개념으로 돌아가 서로가 서로를 꽁꽁 묶을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구속이고, 학대이다. 진정한 사랑은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성과 사랑이라는 것도 구분해야 할 것이다. 성이 곧 사랑이라고 믿는 순진한 생각은 오히려 무지에 가깝다. 성은 성일 뿐이고 사랑은 사랑일 뿐이다. 그것이 겹칠 때도 있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다.

다시 그 제자가 찾아와 나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 할까? 이번에는 더 강경하게, 사랑하는 아내를 도끼로 때려죽이고 오라 할까?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때려 죽일 수 있을까?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과격한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그런 질문을 던져준 그가 고맙다. 그렇지 않았으면 사랑에 대한 성찰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할수록 소유의 개념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랑할수록 소유를 벗어날 수 있느냐가 그 문제에 부여되는 최고의 물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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