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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산사태로 마을 붕괴된 전주 서서학동 가보니…
도심 산사태로 마을 붕괴된 전주 서서학동 가보니…
  • 김보현
  • 승인 2020.08.10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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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 없어 넘친 물폭탄에 ‘와르르’…붕괴·토사 유출 상처 곳곳에
주민들 “수로 등 정비 없는 산속 임시 거처들, 방치되며 피해 커져”
“근본대책은 주거 정리, 태풍 속 더 큰 피해 막기 위해 재난지구 지정” 목소리
10일 폭우가 휩쓸고 간 전주시 서서학동의 한 산동네가 지반이 무너져 건물 옥상 등 구조물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돼 있다. 조현욱 기자
10일 폭우가 휩쓸고 간 전주시 서서학동의 한 산동네가 지반이 무너져 건물 옥상 등 구조물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돼 있다. 조현욱 기자

10일 폭우 뒤 상처를 드러낸 전주 서서학동 산동네는 처참했다. 남고산 산비탈에 바짝 붙어선 동네는 물폭탄에 무너져 내렸다. 가파른 비탈 꼭대기 집은 거센 비에 앞마당 지반이 쪼개진 것처럼 찢겨져 있었다. 시멘트 바닥과 토사물들은 바로 밑 전 씨 할머니(87) 집을 짓이겼고, 한순간에 낭떠러지를 만들었다.

제대로 된 축대도 없이 판자로 지어진 집은 폭삭 내려앉아 물건 하나 건질 상황이 못 됐다. 종잇장처럼 찢어진 파란지붕만 집의 흔적을 나타냈다. 지난 8일 기울어져 가던 집에서 전씨를 업고 탈출했던 조카 심씨는 “1초만 늦었어도 다 죽었을 것”이라며 “심상치 않은 비에 걱정돼서 찾아온 게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폐허가 된 산비탈에는 100세 앞둔 노모(老母)와 집을 지키는 아들 최 씨(71) 집도 있었다.

“살면서 이런 산사태는 처음이여. 50년 있었지만, 참말로 처음이랑께.”

최 씨는 “밤에 쾅 소리가 나서 놀라 뛰쳐나와 보니 창고 3채가 무너져 있고 빗물이 집안으로 차올랐다”고 설명했다. 토사물이 엉겨 붙은 나무 3그루가 집 대신 창고들을 덮치며 다행히 모자는 목숨을 건졌다.

남원·장수뿐만 아니라 전주에서도 350mm에 달하는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중 서서학동 일대는 도심 산사태로 마을이 붕괴, 일곱 가구가 피신하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피해 현장에서 만난 서서학동 주민들은 “산속 달동네와 빈 집이 방치되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영세지역이다 보니 산밑 절개지 끝까지 무허가 주거단지를 이루면서 위험성을 키웠고, 정리 안 된 빈 집까지 이번 산사태에서 휩쓸려 피해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박영진 주민자치위원장은 “50년 전에 집이 귀한 시절 임시로 산속에 짓고 살던 집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데, 생활거주지인만큼 물이 빠져나갈 배수로를 만들어야 하지만 공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도 문제가 돼 왔지만 올해 거센 비가 내리면서 흡수하지 못하고 역류해 변을 당한 것”이라고 했다. 집도 튼튼한 축대 없이 나무판자로 골격을 만들어 충격에 약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서서학동 주민센터에서 응급구호, 식비지원, 전주형SOS긴급지원금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거주지 이전과 위험한 산비탈 위 가구를 정리하는 것.

문제는 산비탈에 남아 있는 주민들이 자력으로 거주지 이전이 어려운 저소득 노령층이라는 점이다.

최 씨 모자 역시 현재 집을 지키겠다며 머물고 있는 상황. 산사태를 겪은 예닐곱 가구는 모두 임시대피소·자녀 집으로 대피했다. 서서학동 주민센터가 수차례 대피소로 옮길 것을 당부했지만, 앞으로 비가 더 오면 옮기겠다는 약속만 받았다.

최 씨는 “20대부터 50년간 살아온 집을 두고 어딜 가겠느냐”며 “오랫동안 치매를 앓아 거동과 배변 활동이 불편한 어머니는 내가 옆에서 챙겨야 한다”고 했다.

강재원 서서학동장은 “주거복지과와 공공임대주택 모색 등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태풍까지 온 상황에서 더 큰 인명·물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재난지구 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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