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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에 경종 울린 도쿄신문
아베에 경종 울린 도쿄신문
  • 권순택
  • 승인 2020.08.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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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오는 15일 광복 75주년을 앞두고 일본 내 진보언론인 도쿄신문이 아베 정부와 일본 사회에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논평을 내 한국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도쿄신문은 지난 11일 자에 게재한 전후 75주년 특별 사설에서 “남의 발을 밟은 사람은 밟힌 사람의 아픔을 모른다”며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을 부정하는 아베 정부와 국민들에게 자성을 촉구했다.

사설은 첫머리에서 “역사에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건 그 나라의 도의적 입장을 강하게 만든다”는 구리야마 다카카즈 전 외무차관의 월간지 기고 내용을 인용했다. 이어 “어느 나라의 역사에도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지만 일본에서는 빛만 골라서 말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꼬집고 “일본은 (한국을 탓하기에 앞서) 먼저 역사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실례로 사설은 군함도(軍艦島)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약속 파기 논란을 거론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군함도를 비롯해 ‘메이지(明治) 일본 산업혁명 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당시 한국 정부의 요구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권고에 따라 강제로 끌려왔던 한반도 출신자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을 기리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올해 초 도쿄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약속했던 것과 달리 강제징용을 부정하는 섬 주민의 증언 및 자료를 전시해 일본 내에서조차 ‘역사 왜곡’이란 비판이 일었다.

사설은 이와 관련 “최근 한일관계에선 일면적(한쪽으로 치우침)인 역사관이 현저하다”면서 한반도 식민지배 계기가 된 러·일전쟁에 대해 아베 총리가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언급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가 협정을 이유로 뿌리치기 전에 당시 고통에 공감하는 자세를 보여줬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반성 없인 실타래처럼 꼬인 한일관계의 매듭을 풀기는 어렵다. 역사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도쿄신문의 충고를 아베 총리는 귓등으로 흘려보내선 안 된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지난 1970년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나치에 의해 희생당한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독일은 지금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있다. 반성 없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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