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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고독한, 치열한 예술가의 삶
[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고독한, 치열한 예술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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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1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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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화가 김성민의 작업실, 1000호 정도의 캔버스에 갯벌을 그리고 있다.
익산의 화가 김성민의 작업실, 1000호 정도의 캔버스에 갯벌을 그리고 있다.

익산에는 멋진 예술가가 있다. 그는 키도 크고 나이 50대 중반이 되도록 예술 하나만 생각하고 산다. 남자 나체를 그려 유명해지기도 했고, 푸줏간의 고기를 소재로 삼기도 했으며, 평면에 흑연가루를 두텁게 바르고 광택을 내어 인간을 묘사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부안 곰소가 군산의 영산강 하구 둑을 찾아 서해 바다의 황량한 갯벌을 그린다.

얼마 전 나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같이 AX 그룹 운동을 펼치기도 하지만, 갯벌 그림에 대하여 논의를 하고 싶어서였다. 갯벌 그림이 사진처럼 사실성에 귀착되고 마는 부분에 대하여 아쉬움을 느꼈고, 사실적 디테일을 존중하되 그와 상반된 추상성, 상징성을 강하게 드러내면 좋을 듯하였다. 눈에 보이는 갯벌 모습 보다는 마음으로 느끼는 그 황량한 공간에 대한 감정, 느낌이 생생하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작업실 주변 막걸리 집에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예술에 대한 고민, 무엇 때문에 예술을 하고, 그 예술로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하느냐가 관건이다.

나는 그에게 홀로 갯벌을 찾아가서 갯벌을 친구삼아 막걸리를 마시며 바라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말없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갯벌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갯벌을 대상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를 알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 부분이 가슴에 와 닿기 전에는 감각적으로 명쾌한 작업을 펼치기 어렵다.
 

큰 붓을 휘적이며 그리는 데 맞는 작업 도구가 눈길을 끈다.
큰 붓을 휘적이며 그리는 데 맞는 작업 도구가 눈길을 끈다.

작업실에서 그는 폭이 3.66m 정도 되는, 얼핏 봐도 1000호 정도 되는 대작으로 갯벌을 그리면서 씨름하고 있었다. 당장 전시 스케줄이 잡혀 있는 것도 아닌데, 홀로 작품성과 대결하듯이 마주 서있는 것이다. 충분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축적되었을 때에 전시를 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 때문에 완성을 서두를수록 근사치에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그는 말했다. 예술가에게 주어진 틀에 대하여 저항하고 싶다고, 힘들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작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모든 작가들이 저항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항은 작가적 태도의 중요한 일면을 갖고 있다.

예술가로서 30여년 살아오는 동안, 그는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지만, 홀로 살면서 버텼기 때문에 예술만이 자신이 몸담을 수 있는 유일한 의미라고 말한다. 자신이 죽게 되면 그동안 해온 작품들을 모두 태워버리거나 쓰레기로 처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혹 가더라도 우리 미술사에 오래 남을 작품들을 없앤다고? 그가 가더라도 물질적으로 남는 그 작품들은 남아서 그를 증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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