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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흘러가는 것들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흘러가는 것들
  • 기고
  • 승인 2020.09.15 19: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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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白露) 지나자 풀잎에 이슬이 차다. 햇볕도 한풀 숨이 죽었다. 어느새 긴소매 차림이다. 나를 따라잡는 청년들, 종아리에 알통이 배어 있다. 스쳐 가는 자전거가 휙 바람을 일으킨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두어 자 더 깊어진 하늘에 딸려간 걸까, 잠자리도 높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 좀체 가지 않을 성싶던 여름이 벌써 저만치 모퉁이를 돌고 있다. 멀리 돌아가기 싫어 콩 콩 징검다리를 건넌다. 잔잔한 줄만 알았던 냇물도 가까이 보니 잔물결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공사장에 기계 소리 요란하다. 이쪽과 저쪽을 잇는 다리를 놓고 있다. 잠시라도 멈춰서면 큰일 난다는 듯이.

한여름 북적이던 다리 밑 걸상에 앉아 할머니 몇, 흘러가는 냇물을 바라본다. 등판이 허전해 보이는 건 계절 탓일까? 내 마음 탓일까? 하늘의 구름도 어디론가 흘러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냇물뿐이랴, 구름뿐이랴. “그새 억새가 피었구나”, 어제 차창 밖으로 혼잣말을 던지던 친구의 말 흘려들었다. 귀 어두워 못 알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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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피리 2020-09-17 18:04:44
흘러 흘러가는 곳에
할머니 네 분, 몇걸음 더 가서
또 한 분이 계시네요
꽃등이 빨갛게 파랗게 초록으로
삼삼히 피어 있어요
모자도 색색의 고운색으로 나풀거립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꽃도 한들 거리겠지요

하늘은 조각구름 되었다 뭉게 구름 되었다 흐르고
개울물은 자갈돌로 조약돌로 바위로 흘러 흐르고
꽃은 봄꽃,여름꽃,가을꽃, 눈꽃으로 그렇게 흐르고
세월은 하얀머리, 주름살, 검버섯을 건네며 흐르고
하지만
'세월아 세월아 우린 두고 너만 가라' 고 말하면
욕심일까요...

곱게 입으시고 나들이 나온
할머니들의 뒷모습 어떤가요
도란도란 이야기가
예쁜 꽃등이 피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