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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 언어
여의도 정치 언어
  • 기고
  • 승인 2020.09.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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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병 국회의원
윤준병 국회의원

베스트셀러 도서 ‘언어의 온도’에서 작가는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설명한다.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 등 언어마다 온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의도 정치 언어’의 온도는 어떠할까? 따뜻할까? 차가울까?

안타깝게도 온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의도 정치 언어’는 ‘프레임 가두기 냄비 언어’인 것 같다.

‘언어’가 진영이 원하는 프레임에 부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평가는 극과 극이고, 평가하는 언어의 온도차도 진영 프레임에 따라 매우 컸다.

필자는 SNS에 올린 전월세 관련 글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언어의 본 뜻과 글의 작성의도가 어떻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성찰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여의도 정치 언어’,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방편으로 언어를 활용하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세는 선(善), 월세는 악(惡)’으로 낙인찍어 사회적 약자인 월세 세입자를 하류계층으로 폄훼하는 듯한 발언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월세는 주거 형태지 주거 수준이 아니라는 점, 60%가 월세인 현실을 직시하고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지원정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하지만, 장문의 글 중 ‘월세는 나쁜 것이 아니다’는 문구 한줄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기득권층에 의해 일방적으로 ‘월세 옹호’ 정치인으로 프레임화 되었다.

연이은 설명에도 ‘월세 옹호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일부는 자신들의 사고방식에 맞춰 부동산 정책 공격 프레임을 증폭시키며 또 다른 비판을 이어갔다.

필자는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며 평생 ‘1가구 1주택’ 소신을 지키기 위해 강남 투기에 기웃거리지 않았다. 거의 평생(30년 동안)을 북한산 자락의 연립주택에서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로만 생활해 왔지만 ‘여의도 정치 언어’는 이에 한 마디도 반응하지 않았다.

반대로 공직생활을 마친 후 사무실로 사용하려고 했던 7평짜리 업무용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아무리 설명해도 ‘여의도 정치 언어’는 ‘다주택자 프레임’으로만 옭아맸다. 반응도 더욱 공격적이었다.

프레임 가두기 게임에 몰두하는 ‘여의도 정치 언어’는 고정형이었다. 사실관계가 달라졌으면 잘못된 프레임을 버리고 ‘언어’의 본뜻과 사실관계에 맞는 새로운 평가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프레임을 바꾸는 것을 자기 부정과 진영의 패배를 자인하는 것으로 인식해 사실관계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들의 프레임에만 끼워맞추기에 급급했다.

여의도에서 만난 어느 기자 얘기가 떠오른다. “정치인이 강조하고 싶은 얘기보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논란이 될 부분만 크게 강조하는 것이 여의도”라고. “아무리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해도 이미 늦은 것이니 ‘여의도 정치 언어’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지만, 이제 ‘여의도 정치 언어’도 바뀌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말잔치에 그치는 구태 정치 대신 ‘해결하는 정치’, ‘책임 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정치를 시작했다. 진영논리를 위해 프레임에 가두는 ‘여의도 정치 언어’가 아닌 ‘솔직한 언어’, 정치적 수사가 아닌 공감과 소통의 ‘담백한 언어’를 사용해야 된다.

‘솔직한 언어’, ‘담백한 언어’를 통해 국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정치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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