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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내 집 돌보듯 496세대 구석구석 살펴, 비결은 책임감과 인내심”
“매일 내 집 돌보듯 496세대 구석구석 살펴, 비결은 책임감과 인내심”
  • 송승욱
  • 승인 2020.09.20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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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째 아파트관리소장 맡고 있는 김귀녀 씨
김귀녀 익산 부송동 푸른솔 아파트 관리소장.
김귀녀 익산 부송동 푸른솔 아파트 관리소장.

“매일 내 집처럼 아파트 곳곳을 둘러봅니다. 그러다 보면 갖가지 민원도 많고 때로는 억지 주장도 들어야 하죠. 하지만 똑같이 언성을 높이면 안 되잖아요. 비결은 참는 거예요. 책임감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난 게 벌써 27년이 됐네요.”

27년째 익산시 부송동 푸른솔 아파트를 지키고 있는 김귀녀 관리소장(61)은 오랜 기간 한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돈도 벌면서 인격수양을 저절로 하게 되니 일석이조라는 게 관리소장으로서 아파트를 돌보는 그의 마음가짐이다.

관리소장이나 경비원들을 상대로 한 주민 갑질이 횡행한 세상 속에서도 그는 27년 동안 푸른솔 아파트를 떠난 적이 없다. 1994년 채용공고에 응해 1년 임기의 관리소장이 된 이후 줄곧 입주자들의 신임을 받아 왔다. 위탁관리회사 없이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관리소장을 채용하는 구조에서 김 소장 특유의 부지런함과 책임감, 인내심은 특히 빛을 발했다.

쉽지는 않았다. 496세대 주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충족시켜야 했고, 혹여 뭐 한 가지라도 잘못되면 소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보이지 않는 언어폭력이었다. 전화로 거친 말을 쏟아내거나 면전에 대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면 가만히 듣고 있어요.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해결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한참 듣고 있으면 이내 제풀에 꺾이곤 하지요. 그럼 마지막에 ‘다 하셨어요?’ 하고 물어요. 그리고는 ‘이제 제 말씀도 들어보셔요’ 하면서 해결점을 찾지요.”

김 소장의 하루 일과는 아파트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시작한다. 27년째 해온 습관이다. 복도식으로 돼 있는 아파트 12층(일부 10층)부터 1층까지 일일이 돌며 쓰레기·폐가구가 있는지, 자전거나 유모차가 통행을 방해하지는 않는지, 벽면이나 바닥이 벗겨진 곳은 없는지, 결로현상은 없는지 등등을 살핀다. 그리고 직접 조치를 하거나 메모를 적어 세대 문 앞에 붙여놓는다. 이른 아침이기도 하고 일일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오전 중에 전부를 살필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페셔널한 면모다.

“어차피 해야 할 일들이에요. 민원이 제기되면 그때는 늦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매일 같이 내 집처럼 살피다 보면 속속들이 다 알게 되지요.”

그렇게 그는 푸른솔 입주자들과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원칙은 분명하다. 누구 말은 들어주고 누구 말은 들어주지 않고 하는 경우가 없다.

“그때 그때 불평 불만을 전부 들어주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지요. 항상 정해진 원칙대로 해요. 당장 임기응변으로 넘겨도 나중에는 결국 족쇄가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처음엔 소장이 내 말 안 들어줬다고 서운해 하시지만, 나중에는 다들 수긍하고 이해해 주십니다.”

지금도 그는 “강하면 부러진다”며 직원들을 다독인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기에, 이제는 후배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고 매사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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