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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이승우의 갤러리 F 전시
[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이승우의 갤러리 F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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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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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추상 작품. 수직적 질서 위에 심상을 암시한 형상이 보인다.
이승우의 추상 작품. 수직적 질서 위에 심상을 암시한 형상이 보인다.

현대도예가 한봉림 선생이 완주 소양에서 전주로 나와 이승우 개인전을 가보자고 보챈다. 태평동 신아출판사에 딸린 갤러리에서 그는 현장 작업과 함께 빼곡히 작품을 걸고 있었다. 예의 추상적 패턴의 구조에 자잘한 꽃들을 많이 그려 넣은 그의 그림들을 오랜만에 보면서, 왜 과거에는 꽃 대신 숫자를 써넣었는데 달라졌냐고 물으려 했다. 그 찰나 스스로 변명하기를, ‘사람들이 꽃을 그리면 팔린다’고 해서 그렸는데 한 점도 안 팔린다고 그가 계면쩍어 한다. 그는 입담이 좋다. 마침 <수필과 비평> 유인실 주간이 합석하고 서정환 신아출판사 사장도 합류, 이야기판이 벌어졌다.

작업실에서의 이승우.
작업실에서의 이승우.

이승우는 군대시절 정신병원에서 근무할 때 간질환자로 위장해 군대를 면제받으려던 환자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치면서 좌중을 웃겼다. 그는 젊은 시절 광주 에뽀끄 그룹에도 참여하면서 추상 운동을 펼치곤 했는데, 그렇게 사명감을 느끼게 하던 기색이 사라져서 여기저기 좌판을 펼치듯 현장 작업을 하면서 그림을 걸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술을 좋아해서 익산에서는 김성민 같은 후배와 어우러져 낮술을 들기도 하고 전주에 나오면 이종만, 오무균 등 화가와 어우러지기도 한다. 원광대 강의를 나갈 때는 한봉림 교수의 연구실을 빌려 10여 년 간 지내기도 했다. 당시 그는 당뇨로 인해 한쪽 다리를 의족으로 대체했는데, 그가 화장실 다니는 일이 불편해 보여 나무 의자에 구멍을 뚫어 실내에 좌변식 변기를 한봉림 교수가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렇게 살았다. 예술가들 사이에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이 흔히 일어난다.

젊은 시절 익산의 이광웅 시인, 김문자 화가와 얽힌 추억을 공유하는 대목이 있는 우리는 이따금씩 과거의 정감 있었던 추억을 이야기 한다. 그가 말했다. ‘광웅 형이 감옥에서 나와 익산에 살 때에 사람들 만나기를 기피해서, 카페에 가도 사람들이 발견하기 힘든 문 뒤 자리에 앉아 숨어서 차를 마시곤 했지.’ 이광웅 시인이 가고 나서 김문자 선생이 정읍으로 거처를 옮겨 남편인 이광웅 시인과 마주보는 구도로 사진을 걸고 홀로 소주를 마시며 세월을 보냈던 시기를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의 최근 작업들은 시덥지 않아서 외면하다가 한봉림 선생의 권유로 그의 전시를 보면서 다시 예술과 삶에 관한 폭 넓은 가치를 생각한다. 예술은 그 무엇을 위한 도구도 아니고, 예술가는 지원금이나 기대하면서 지내는 존재가 아니다. 갈수록 상업화, 정치화되어가는 풍토에 그렇게 갈 수 없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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