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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안 쓰면 돈을 못 받나요?
계약서를 안 쓰면 돈을 못 받나요?
  • 기고
  • 승인 2020.09.2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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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 장사를 하는 의뢰인은 단골로 오는 손님과 친해졌다. 손님이 급하다고 하여 몇 번 돈을 빌려준 적은 있고 바로 갚았다. 그런데 그 금액은 커져 5천만원에 이르렀다. 마치 사채처럼 이자도 월 1.5%를 주겠다고 했으나, 차용증이나 계약서를 작성하진 않았다. 의뢰인은 갚기로 한 날짜가 한참 지나 걱정이다. 의뢰인은 차용증도 없는데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민법을 처음 공부하며 ‘낙성ㆍ불요식’계약이란 말을 들어 봤다. 낙성이란 요물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물건의 주지 않고, 구두로 쌍방의 의사만 합치하면 계약이 성립한다는 의미이다. 불요식이란 요식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형식과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인, 유언 등 몇몇 복잡한 계약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낙성ㆍ불요식 계약이다. 당연히 말로 합의해도 이는 유효한 계약이고, 로마법의 법언처럼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슈퍼에서 물건을 살 때는 돈을 주고 영수증만 받는데, 자동차를 살 때, 집을 살 때는 계약서를 작성한다. 무슨 차이일까? 가격이 비싸면 조심하고 따질 게 많기에 계약서를 쓰는 거다. 마찬가지로 지인 간의 거래도 금액이 커지고, 내 인생의 큰 영향을 미친다면 종이를 찾아서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논리적으로 계약 내용을 기재하고 거기에 양 당사자가 서명 날인해야 한다.

계약서가 없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이 그런 적 없다고 할 때이다. 계약서도 없고, 증인도 없고, 현금거래로 내역도 없다. 막막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모든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생각보다 거짓말은 쉽지 않다.

전화하고 녹취를 하라,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갚지 않았다, 이자를 얼마 주지 않았다는 발언을 확보해야 한다. 다음으로 큰돈은 현금으로 줬더라도 은행에서 인출하기 마련이다. 현금을 준 일자에 은행에서 인출된 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작은 거래라도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최영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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