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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판소리’
‘힙합’과 ‘판소리’
  • 김은정
  • 승인 2020.10.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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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삼화 = 권휘원 화백
삼화 = 권휘원 화백

진양조나 중모리, 자진모리 같은 전통 국악 장단에만 얹힌 판소리가 아니다. 비트 박스나 랩과 같은 서양식 빠른 리듬에 얹힌 판소리가 흥을 돋우는 세련된 현대 춤 군무를 만나니 그야말로 신선한 장르의 음악이 됐다.

공개된 지 3개월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3억 뷰를 내다보는 한국관광공사의 우리나라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이야기다. 부산과 전주 서울 등 3개 도시의 홍보영상이 공개된 이후 ‘힙합 판소리’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우리의 판소리에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K-POP에 이어진 한국음악의 또 다른 열풍이라 할만하다. 최근 공개된 강릉 안동 목포의 홍보영상 또한 조회 수가 파죽지세다. 판소리의 변신이 가져온 결실이 그저 놀랍다.

홍보영상에 등장한 판소리는 ‘이날치 밴드’의 노래다. 젊은 뮤지션들이 의기투합(?)한 이 밴드는 지난해부터 판소리 <수궁가> 한 대목을 변화무쌍한 리듬으로 구성한 <내려온다>로 주목 받기 시작해 이미 유튜브를 장악했었다.

이날치 밴드의 ‘이날치’는 조선 후기의 8대 판소리 명창으로 꼽혔던 이날치 명창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이날치 명창은 본래 이름이 경숙이었지만 날렵한 줄타기로 타고난 기예를 발휘해 ‘날치’라는 예명으로 더 널리 불렸다. 우연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날치 밴드의 판소리가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을 만나 더 새로운 판을 만들었으니 소리와 줄타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날치’ 명창의 이름을 제대로 계승한 셈이 됐다.

사실 판소리의 현대적 해석은 그동안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어 왔다. 젊은 세대들의 창작판소리 도전이나 다른 장르와의 결합으로 새로운 옷을 입은 판소리 무대들이 모두 그러한 노력이다. 그중에는 판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인디밴드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판소리 눈 대목을 편곡해 발표했던 프로젝트 ‘판팝(Pan Pop)’이나 흥부가 한 대목을 비보이 춤으로 재해석해 발표했던 ‘라스트 포원’의 무대도 있다. 돌아보니 대중들의 관심을 더 이상 받지 못해 단발성으로 끝나고만 이들의 도전이 새삼 아쉽다.

지난 12일 전주에서 열린 전주대사습놀이 결선대회에서는 50대 소리꾼 김병혜씨가 마흔 여섯 번째 명창으로 이름을 올렸다. ‘힙합 판소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판소리가 주목받는 이즈음 전통판소리의 맥을 지켜가는 소리꾼의 탄생은 또한 의미 있고 반갑다.

전통과 창조는 서로 다른 길이 아니다. 전통 판소리의 기반이 탄탄해야 창작의 영역도 더 새롭게 열린다. 전통판소리 계승에 관심을 더해야 하는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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