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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 유감
트롯 유감
  • 기고
  • 승인 2020.10.1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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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 국악평론가
김문성 국악평론가
김문성 국악평론가

“건국 이래 트롯이 이렇게 주목받은 일은 없었습니다.”

트롯이 대중음악계를 리드하고 있다. 아이돌도, 록가수도, 포크가수도, 성악가도 트롯을 부르지 않으면 스폿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불과 2년여 전,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유일한 공중파 트롯 가요 프로그램은 출연 라인업을 A급 트롯 가수에서 소위 ‘B급’으로 대거 변경했고, 출연자 대기실 한켠에 울리던 ‘국악계보다도 못한 트롯’이라는 트롯가수의 절규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말그대로 상전벽해요,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2019년 한 종편사가 ‘미스트롯’ 런칭을 예고할 때만 해도 이를 주목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방송가에서는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이 대세인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조롱까지 나왔다. 하지만 아이돌 문화가 활성화될수록 문화소비 주도권을 쥐고 있는 40~50대의 소외는 극에 달했다. 결국 40~50대는 트롯을 택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지금. 방송계의 음악콘텐츠 대부분이 트롯 물결이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트롯은 여전히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 리모콘을 돌려봐야 손가락만 아플 정도로 트롯 프로그램뿐이며, 심지어 언텍트 공연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니 트롯 가수들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몇몇 비평가들은 무분별한 트롯 프로그램 양산이 급격한 트롯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중문화 속성상 트롯 열기도 언제든지 식을 가능성이 있는데, 현재의 과잉 양상이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으며, 꿀만 빨아먹은 기획사나 미디어 관계자들이 이를 걷어차고 대체 콘텐츠로 눈을 돌리게 되면, 결국 가수 양성 체계가 다소 허약한 트롯계만 한탕주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질적 허약함은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주전공으로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이러한 이유로 안정적인 수익창출 모델을 고민하는 검은 손들이 국악계로 드리우고 있다. 기획사나 방송 작가들이 국악과 등에 마구잡이로 연락하며, 숙련된 젊은 국악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악 소울과 트로트 소울이 ‘한’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트롯에 발을 담근 젊은 국악인들이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송가인의 성공을 롤모델 삼기엔 아직 국악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많이 부족한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젊은 국악인들의 활동이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전북 지역 젊은 국악인들 역시 이러한 유혹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트롯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대중음악계에 외연을 넓혀가는 현상은 축하할 일이다. 40대 이상 음악 소비층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 케이팝 일변도로 성장하던 대중음악 시장에 추의 균형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반갑다. 그러나 실현 방식은 페어해야 한다.

국악계의 젊은 인재들을 쌍끌이하는 방법으로 확장하는 것은 우려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트롯을 국악과 사촌격인 것처럼 생각하는 젊은 국악인들 역시 국악과 트롯 음악은 전혀 다른 DNA임을 인식하고, 잠시 잠깐의 화려함에 취하지 않아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 젊은 제자들에게 뻗친 마수를 보고도, 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는 처지 때문에 쓴소리 한 번 못 하고 눈감아주는 국악계 어른들의 대오각성이다. 더불어 젊은 국악인들이 맘 편하게 공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무대를 만들어주는 정부와 국악계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김문성 국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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