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11-27 20:11 (금)
[안성덕 시인의 '감성터치'] 호박 같은
[안성덕 시인의 '감성터치'] 호박 같은
  • 기고
  • 승인 2020.10.20 20:4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둔한 건지 모자란 건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형편없고 못난 것들 죄다 호박 같다 해도 그저 둥글둥글 말 못 하니까요. 암만 그래도 향기 없는 꽃이 어디 있고, 곱지 않은 꽃이 또 세상 어디 있답니까? 애써 피워도 꽃이 아니라니요? 꽃 아니면 어디 벌 나비가 거들떠나 본답니까? 한겨울 굴풋 할 때 죽 쑤어 드시라고 뙤약볕 아래 익으면 늙었다 하시지요? 아직 풋풋하면 ‘애’라 하고 철들면 ‘늙은’이라 하시니 참……. 맞아요, 호박입니다. 추적추적 가을비 오시는 날 부침개 부쳐 드시라고 자꾸 매달잖아요, 행여 쓸쓸한 마음 환하게 밝히시라고 노랗게 피었잖아요.

어느새 아침저녁으론 제법 싸늘하네요. 울타리 너머로 하나 밀어 놓는 것, 은근슬쩍 밭둑 넘어가 한 덩이 매달아 놓는 것 다 마음이 급하다는 증표겠지요. 상강(霜降) 전이라 아직 서리 내리지 않았네요. 세 살배기 주먹만 한 채 못 영글 호박 하나 따다가, 호박순 분질러다가, 확독에 으깨고 문대세요. 쌀뜨물 받아 넣고 국 끓이셔요. 분명 넝쿨째 굴러온 맛일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가을 우체국 2020-10-23 12:52:00
호박 같은 내 얼굴
우습기도 하구나
눈도 둥글 귀도 둥글
입도 둥글 둥글
< 호박 같은 내 얼굴 >

사과 같은 얼굴은
반짝반짝 하는데,
호박은 그저 둥글둥글 하네요
예전에 친구들과 이 노래를 부를때
나는 사과 같은 얼굴
친구는 호박 같은 얼굴
부르며 놀렸지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호박은 몸 다 내어주는
좋은 것 고마운 것 이었어요
푸른 호박은 반찬으로
호박꽃은 부침개, 튀김으로
호박잎은 쌈, 찌게로
누런 호박은 약, 죽으로
호박씨는 간식으로...
뚱뚱하고 못생기면
호박 같다 호박 꽃이다 하지만
호박 같은 사람 만나면 넝쿨째
들어온 복덩어리 입니다
돌담에 둥글둥글 노란 호박
가을 맛 제대로 물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