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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출판기념회
불편한 출판기념회
  • 김영곤
  • 승인 2020.10.20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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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권회원 화백
삽화=권회원 화백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 는 속담이 있다. 남들에게 오해 받을 불필요한 행동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지난 주 열린 박용근 도의원의 비대면 온라인 출판기념회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지난 2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미뤄지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온라인 방식으로 바꿔 치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최 시기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볼멘소리가 이어진다. 코로나 상황은 여전히 예측불허인데 굳이 지금 꼭 해야 하느냐는 당위성 논란이 불거졌다. 1년 회기중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하는 행정사무감사를 다음달 앞둔 시점이라 더욱 조심스럽다는 얘기다. 피감기관 공무원은 물론 이해당사자 입장에서는 휴대폰에 안내문자가 뜨면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더군다나 두세 차례 발송되는 데다 입금 계좌번호까지 곁들여 심리적 압박은 가중되기 마련이다. 주최측 에서는 순수함을 거듭 강조하지만 을(乙)의 위치에다 방어적 처지에 놓인 공무원들은 ‘찍히면’ 곤란한 상황이라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들 중에 살생부 명단에 오를까 봐 어쩔수 없이 2만원이나 되는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어찌보면 도의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명백한 갑질인 셈이다. 공무원노조가 추가제보와 함께 자체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흥미로운 것은 책 내용이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리더십을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건국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리더십을 5가지 코드로 재해석했는데. 그 중 자신을 낮추는 ‘섬김의 리더십’이라는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다른 어떤 덕목보다 정치인에게 제1의 소중한 가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인 박 의원의 경우 아쉬운 부분이라 더욱 그러했다.

작년 도교육청 공무원에 대한 갑질·폭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인사철 담당 국장에게 직원 근무평점 청탁과 함께 편의를 봐 달라며 특정 업체를 소개해 밀어주기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그는 이를 괘씸죄로 여겨 직권을 남용함으로써 노조 반발을 샀다. 자료 요청을 과다하게 요구해 직원들을 괴롭히고, 해당 공무원을 정조준해서 그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출장현황 등을 대놓고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즉각적으로 이를 문제삼고 공동성명을 통해 진상규명과 박 의원 형사처벌까지 요구하며 강력히 맞섰다. 결국 그는 고개를 숙이고 공식 사과와 함께 과도한 언행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인식된 지 오래다. 총선이나 지방선거를 겨냥한 입지자들의 통과의례인 점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행사 초대장은 ‘청구서’의 부정적 메시지가 강해 잡음이 끊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생뚱맞은 시점에, 불가피하게 보내야 하는 쪽과 받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껄끄러운 관계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필자도 안내문자를 3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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