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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남정미소의 외로운 싸움
계남정미소의 외로운 싸움
  • 김은정
  • 승인 2020.10.22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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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진안 마령면사무소에서 백운면으로 넘어가는 넓지 않은 2차선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순하게 자리 잡은 계서리 계남마을이 있다. 좁은 마을길을 한참 들어가야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계남 마을에는 1년에 한 두 차례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오래된 방앗간, 계남정미소가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까닭이다.

농촌의 대부분 방앗간들이 본래의 쓰임을 다하고 문을 닫기 시작했을 즈음, 계남정미소도 문을 닫았다. 가뜩이나 오래된 방앗간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자 금세 낡은 공간이 되어 방치됐다. 그러나 1년 만에 이 남루한 공간은 다시 새로운 쓰임을 얻었다. 2006년 문을 연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 다.

문화공간이 된 계남정미소는 금세 이름을 알렸다. 공간의 새로운 주인이 된 사진작가 김지연씨는 마을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며 마을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는 다양한 기획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그러나 계남정미소는 2012년 가동을 멈췄다. 가중되는 경제적 물리적 어려움이 원인이었다. 휴관에 들어갔던 계남정미소는 다행스럽게도 2016년, 가까스로 동력을 찾아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들의 지원이 힘이 됐다.

다시 문을 열던 날, 김관장은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1년에 한두 번이라도 그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졌다”는 말로 기쁨을 전했다. 그 뒤 4년, 계남정미소는 김관장의 소박한 바람, 꼭 그만큼만 공간의 쓰임을 지켜가고 있다.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자치단체마다 지역문화를 살리려는 노력과 투자가 더해지고 있는데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계남정미소’의 현실적 환경이다.

사실 계남정미소는 쓸모를 잃고 사라져가는 수많은 농촌마을의 오래된 공간들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통로가 되었다.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리고 방치된 낡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모범적 사례로 이름을 떨쳤으니 그것만으로도 역할이 빛난다.

부활했으나 여전히 꺼져가는 불씨처럼 간신히 생명을 붙잡고 있는 계남정미소의 존재가 안타까운 것은 그래서다.

계남정미소가 1년에 한차례 여는 기획전이 시작됐다. 젊은 사진작가 장근범의 아시아 프로젝트 전시회로 당분간 계남정미소에는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

진안의 귀한 문화자산이 된지 오래, 스스로 성장하여 지역을 빛내고 있는 계남정미소의 외로운 싸움에 지역사회의 힘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계남정미소의 힘찬 가동(?)을 보고 싶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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