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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보조금
고삐 풀린 보조금
  • 김영곤
  • 승인 2020.10.27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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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논설위원
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전주시 보조금은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여론 뭇매는 물론 감사를 통해 혹독한 질타를 받는다. 매번 재발방지를 다짐하고 청렴서약을 하면 뭐하나. 그러함에도 돈의 유혹 때문에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상습 범죄유형이다. 올들어서도 잇따라 부정수급 의혹에 휩싸이면서 ‘쌈짓 돈’‘눈먼 돈’ 이라는 인식만 강하게 심어줬다. 어쩌면 손쉽게 이를 챙길 수 있는 데도 그렇지 못한 사람이 바보취급 당하기 일쑤다. 그 만큼 관리가 허술하고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청소수거업체에 이어 이번엔 폐기물수거업체가 일냈다. 센터 이사가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다른 업체에 직원 8명을 불법 파견해 4년간 10억원을 꿀꺽했다. 한 사람이 2곳을 운영하면서 용의주도하게 이를 챙긴 것이다. 재활용품 판매센터도 2곳 모두 한 업체가 운영하는 데 1곳은 무허가 건물이지만 20년 넘게 끄떡 없다. 대표 동생을 고용해 다른 직원보다 과다한 급여를 주는 것도 공공연해서 놀랄 일도 아니다.

‘검은 먹이사슬’ 이 청소업체와 폐기물 업체까지 뻗쳐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인데 수면아래 상황을 예측하면 걱정부터 앞선 게 사실이다. 한 마디로 시민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데 다들 손 놓고 있는 형국이다. 공무원 개인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간다 해도 이렇게 안이하고 무책임할까. 짐작 컨대 그들도 은연 중에 ‘눈먼 돈’ 이라는 통념에 사로잡혀 모럴 해저드에 빠지지 않았나 싶다.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전주시 쓰레기 행정의 현주소다. 2년 동안 업체대표 자녀와 친인척이 포함된 30여 유령직원에게 2억원 넘는 인건비를 빼돌리거나 782차례나 쓰레기 무게를 조작하는 편법도 서슴지 않았다. 청소차 97대에 적재함 밀폐화 명목으로 1억3천만원을 슬쩍한 업체 4곳도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대표 부인이 출근도 안한 채 남편 회사와 남편친구 회사에 사내이사로 등록하고 7년간 억대 급여를 챙기기도 했다. 또한 시청 전직 공무원이 이들 업체에 적을 두면서 시선도 곱지않다. 양심불량 사업주와 무사안일 공무원이 빚어낸 시민혈세 꼼수수령이 기가 찰 지경이다.

공무원의 방만한 보조금 관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녹록치 않은 경제여건에다 코로나 장기화로 소시민의 삶은 피폐하고 절망적인 상황이다. 골목상권이 붕괴되면서 자영업자는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힘든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지방세를 조금만 연체해도 독촉장과 함께 부동산 압류통지가 날아 오고, 교통법칙금도 곧바로 미납안내와 함께 차량압류 고지서가 도착한다. 서민들 쥐어 짜면서 힘겹게 거둬 들인 혈세를 아끼고 요긴하게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흠이다.   

나사 풀린 쓰레기행정은 바짝 조이는 것이 해법이다. 스스로 자체 정화기능이 작동 안되면 외부 수사를 통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수밖에 없다. 보조금 환수는 말할 것도 없이 철저한 의법조치 만이 발본색원의 시작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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