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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터치'] 낙엽
[안성덕 시인의 '감성터치'] 낙엽
  • 기고
  • 승인 2020.11.17 20: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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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한 낙엽을 보아 계절은 이미 저 하늘보다 깊었음을 압니다. 벚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엣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날이면, 그 연기가 낮게 드리워서, 어느덧 뜰 안에 자욱해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가 생각나, 한 잔 커피가 생각나 떨어진 나뭇잎을 그러모아 태웁니다. 시몬, 나뭇잎이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사드락 사드락 구르몽의 <낙엽>을 밟아봅니다. 은행나무 아래 떨어진 샛노란 몇 닢을 주우려다가,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는 김광균의 <추일 서정>을 떠올립니다.

일삼아 한나절 나무를 흔들고, 떨어진 낙엽을 마대 자루에 쓸어 담는 청소부 아저씨가, 낭만이라곤 모르는 인사만 같아 그만 쓸쓸해집니다. 그이의 수심(愁心)을 모르는 내가 더 슬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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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가지 2020-11-20 17:42:09
가을이 질때면 은행잎, 단풍잎, 그냥 나뭇잎
색깔 고운것으로, 모양 이쁜것으로 시 한줄,
마음 한줄 써서 코팅해 친구에게 선물 했었던 지난날

그날이 다시 생각나 낙엽을 주으러 나무옆에 앉아
색물 곱게 스며든 나뭇잎을 찾아본다
빨갛게 노랗게 어우러져 모두 다르게 자기색깔을
그려 내며 구멍 뽕뽕 뚫린 것, 상처 입은 것, 벌레먹어
점박이 된 것등, 한 나무에서 떨어졌지만 한 해동안
저마다의 삶의 무늬는 달랐으리라

빈 가지에서 바람 냄새가 난다
고요히 고요히 낙엽이 날아간다
바삭 말라버린 마른 슬픔 가지고
하늘로 간다 겨울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