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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데일 패러독스’의 힘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힘
  • 김은정
  • 승인 2020.11.19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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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베트남이 독립과 통일을 열망했던 시기, 내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남베트남 정부를 지원한 미국과 벌인 ‘베트남 전쟁’은 1960년부터 1975년까지 이어졌다. 15년 동안이나 지속됐으니 전쟁의 폐해나 후유증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 때 참전했던 미군 장교다. 그는 1965년 포로로 잡혀 1973년까지 8년 동안 수용소에 갇혀 지냈다. 수용소의 전쟁 포로들은 온갖 고문과 고초를 겪어야했지만 곧 풀려날 것이란 희망으로 참혹한 현실을 이겨냈다. ‘부활절이 되면’ ‘추수감사절이 되면’ ‘크리스마스가 되면’ 풀려날 것이란 기대는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그것은 희망이 아닌 좌절이 되어 그들을 괴롭혔다. 희망이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 많은 포로들이 깊어진 상심으로 자살하거나 죽어갔다. 그러나 스톡데일은 그들 사이에서 꿋꿋이 살아남아 풀려났다. 막연히 잘될 것이라고 믿어 희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과 달리 처해있는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삶의 태도가 가져온 결과였다.

‘역경에 처했을 때 무조건 낙관하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의 역설’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 이름 붙인 사람은 미국의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다. 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낙관적인 희망에만 기대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주목했다. 자신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믿음은 잃지 말라’고 조언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하루 최고 900명을 넘었던 2월과 3월, 400명을 넘었던 8월과 9월, 그 이후 환자 숫자가 점차 줄어드는가 싶더니 지난달 말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하던 확진자가 다시 300명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도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었지만 우리나라 확진자 추세까지 더해지고 보니 ‘이제 좀 나아질까’ 싶었던 기대가 무참하다. 하기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다 해도 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와 있는 터다.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안겨준 일상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힘이 더 절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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