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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세무사의 ‘전쟁과 평화’
변호사·세무사의 ‘전쟁과 평화’
  • 강인석
  • 승인 2020.11.23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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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변호사의 욕심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세무사법을 막아주세요’

변호사의 직무 범위를 둘러싼 변호사와 세무사·변리사 등 전문직들 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영역 지키기를 위한 입법 다툼은 물론 지상(紙上) 광고를 통한 여론전으로 까지 확전되는 양상이다.

오래전부터 내재돼 있던 전문직 간의 직역(職域) 갈등은 지난 8월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특허변호사회가 ‘변호사법 개정 추진’에 나서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변호사법 제3조(변호사의 직무)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로 돼있는 현행 직무 규정에 특허관련 소송대리, 세무대리, 노무대리, 등기대리 등을 신설해 변호사의 직무를 보다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변리사회·세무사회·공인노무사회가 “변호사 자격만 있으면 모든 업무를 독식하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이들 3개 단체 외에 감정평가사협회·관세사회·공인중개사협회까지 참여한 ‘전문자격사단체 협의회’가 출범해 변호사 업계와 직역 다툼을 벌이는 13만7000여명의 거대 연합전선이 형성됐다.

전문직 직역 갈등은 이미 수 년전 변호사와 세무사 단체에서 시작됐다.

세무사가 세무대리를 시작하려면 기획재정부의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변호사에 대해서는 등록 예외 규정을 둔 세무사법 제6조와 제20조를 두고 서로 다툼을 벌여왔고, 결국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8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1대 국회에서는 양경숙·양정숙 의원이 각각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변호사에게 허용하는 세무대리업무에 일부 제한을 두고, 3개월 이상의 의무 실무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변호사 출신인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업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변리사·세무사단체는 지난 16일 ‘변호사의 욕심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라는 지상 광고를 통해 “시험도 없이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가 변리사 업무를 하고, 회계학 시험도 보지 않은 변호사가 회계업무를 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사단체도 다음날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세무사법을 막아주세요’라는 지상 광고에서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이 세무대리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세무사가 위헌적인 입법으로 세무대리를 독점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에서 선택과목인 조세법을 선택하는 비율은 사법시험 0.4%, 변호사시험 2.2%로 매우 적고,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 1만8150명 가운데 세무대리업무를 하려는 변호사는 0.009%인 167명에 불과하다. 직역을 둘러싼 반목과 갈등보다 전문자격사의 서비스 제고를 위한 상호간의 융복합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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