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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허락할 때까지 세탁일, 봉사의 삶 살고 싶어요”
“건강 허락할 때까지 세탁일, 봉사의 삶 살고 싶어요”
  • 김재호
  • 승인 2020.11.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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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외길 세탁 명인 이낙교 씨, 완주기네스 등재
아내와 20여년째 ‘남몰래 선행’, 감동적인 삶 화제
일진사 이낙교 대표
일진사 이낙교 대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세탁일과 봉사의 삶 살고 싶어요”

삼례읍 소재 일진사 세탁소(대표 이낙교·79)는 완주에서 가장 오래된 세탁소로 완주기네스 목록에 올랐다.

이 대표에 따르면 그는 삼례에서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61년 열아홉살 때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세탁소에 들어가서 세탁 일을 배웠다. 그것이 한평생 세탁업에 종사하는 계기가 됐다. 기술이라도 배우자는 심산에 세탁 보조로 들어갔는데, 2년 동안 매일 10시간씩 빨래만 하는 지독한 고생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세탁 기술을 습득한 이 대표는 스물한 살 때 임대로 상가를 얻어 세탁소를 개업했고, 동네친구들이 ‘매일 발전하라’는 뜻의 ‘일진’이란 상호의 간판을 달아 주었다.

당시 동네 세탁소는 19공탄 연탄화덕에 1.5㎏짜리 무쇠 다리미 2개를 얹어놓고 번갈아 사용하며 옷을 다렸다. 좁은 가게에서 연탄가스를 마셔가며 일을 하던 중 스물일곱의 나이에 결핵성 뇌막염을 앓는 시련도 겪었다.

이 대표는 “세탁소는 겨울보다 여름이 힘들어요. 선풍기도 없이 연탄불에 다리미를 달궈야 하니 땀이 비 오듯 주룩주룩 흘러 내려요. 뜨거운 자루를 자주 만지니 손에 지문마저 없어졌어요. 그래도 손님과의 약속은 꼭 지켰습니다.”

해프닝도 많았다. 손님들 중에는 맡기지 않은 비싼 옷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거나, 점퍼를 찾으러 왔다가 다른 사람 바지를 슬쩍 훔쳐가는 얌체도 있었다. 꼼짝없이 옷값을 물어주기도 했다. 그는 다섯 번의 이사 끝에 내 집 마련에 성공, 1982년 삼례시장 청년몰 맞은편에 지금의 가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당시 일반가정에 점차 보급된 자동세탁기 때문에 일감이 줄어들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이 대표가 지역사회에서 굳게 쌓아온 성실과 탁월한 세탁기술이 단골손님을 만들었고, 가게를 받치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입소문이 좋게 나면서 1990년대 들어서는 봉동읍과 상관면, 심지어 익산 왕궁면과 춘포면, 전주시 팔복동 등지에서 옷을 맡기는 고객까지 생겼다.

그는 주변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20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남몰래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부부의 작은 후원, 보이지 않는 선행은 이웃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표는 “세탁소 대표보다 ‘장로님’으로 불러달라.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세탁일과 봉사하는 신앙인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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