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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신' 신들의 곁으로…영욕의 60년 드리블 끝낸 마라도나
'축구의 신' 신들의 곁으로…영욕의 60년 드리블 끝낸 마라도나
  • 연합
  • 승인 2020.11.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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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타는 축구를 잘하면 될 수 있지만, 신(神)의 반열에는 신화를 써야 오를 수 있다.

22명의 선수가 90분 내내 몸과 몸을 부딪치며 승부를 내는 축구에서 한 명의 선수가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26일(한국시간) 심장마비로 6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마라도나는 그 한계의 끝을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 준 선수였기에 '축구의 신'으로 불렸다.

 마라도나는 불과 스무 살에 아르헨티나 정규리그 득점왕과 남미 올해의 선수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일찌감치 스타덤에 올랐다.

유럽으로 진출해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클럽 FC바르셀로나에서 승승장구하던 마라도나는 1984년 이탈리아 나폴리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새 축구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나폴리가 마라도나를 영입하면서 바르셀로나에 준 690만 파운드(약 102억원)는 당시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마라도나는 이탈리아 세리에A(1부리그)의 만년 중하위권 팀이던 나폴리에 모든 트로피를 안겨줬다.

나폴리는 1986-1987시즌 구단 사상 처음으로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다. 1989-1990시즌에 한 번 더 우승했다. 세리에A는 당시 유럽 최고 리그로 꼽혔다.

마라도나는 FA컵 격인 코파 이탈리아(1986-1987)와 수페르코파 이탈리아(1990)도 나폴리에 가져다줬다.

1988-1989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컵까지 들어 올렸다.

선수 한 명이 팀 성적을 이렇게까지 끌어올린 사례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마라도나와 비교되곤 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후배 리오넬 메시는 스페인 최강팀인 바르셀로나에서만 뛰었다. 메시는 마라도나와 달리 월드컵 우승도 없다.

 특히, 마라도나가 세리에A에서 현란한 드리블과 허를 찌르는 패스로 AC밀란, 유벤투스 등 북부 연고 강팀들을 유린하는 모습은 나폴리 시민들을 열광하게 했다.

농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이탈리아 남부와 공업이 발달한 북부는 소득 격차 등으로 인한 갈등이 심하다.

밀라노, 토리노 등 부유한 북부 도시에 대해 나폴리 시민들이 느끼던 박탈감과 열등감을 경기장에서 마라도나가 해소해줬다. 마라도나가 나폴리에서 신처럼 추앙받게 된 또 하나의 이유다.

이기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성격은 마라도나 신화에 극적인 요소를 더한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와 경기(아르헨티나 2-1 승)에서는 왼손으로 골을 넣은, 이른바 '신의 손' 오심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골이 선언되고 잉글랜드 골키퍼 피터 실턴이 주심에게 핸드볼이라며 항의하자 마라도나는 세리머니를 하면서 아르헨티나 동료들에게 "어서 나를 껴안아. 머뭇거리면 심판이 항의를 받아들일 거야"라고 외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손으로 넣은 이 골로 1-0을 만든 마라도나는 불과 4분 뒤 상대 선수 7명을 제치며 50m 질주한 끝에 추가골을 넣었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2-1로 이겼고, 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추락도 극적이었다. 약물 중독이 마라도나의 발목을 잡았다.

 23세이던 1983년부터 코카인 중독 의혹을 받던 마라도나는 나폴리에서 뛰던 1991년 약물 검사에서 코카인 양성 반응을 보여 15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결국 나폴리를 떠나게 된다.

마라도나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나이지리아전 뒤 도핑 검사에서 적발돼 대회 도중 퇴출당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마약·알코올 중독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던 마라도나는 지난해 9월에는 자국 프로축구 1부 팀인 힘나시아 라플라타를 지휘했고, 영욕을 뒤로 하고 결국 60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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