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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욕장’과 ‘사우나’
‘공공욕장’과 ‘사우나’
  • 김은정
  • 승인 2020.11.26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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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영국 남서부에 있는 바스(Bath)는 ‘고대 스파 도시’로 불린다. 1세기 경, 영국을 점령한 로마인들은 영국에서는 유일하게 엄청난 양의 온천수를 뿜어내는 이 도시를 주목해 로마식 온천탕을 짓고 신전을 세웠다. 18세기에 이르러 바스는 온천 도시라는 특성에 대규모 확장으로 건축 붐까지 더해지면서 영국 부유층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교 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바스를 주목받게 하는 자랑거리는 역시 로마 목욕탕이었다. 로마 특유의 화려한 건축양식과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바스의 고대 로마목욕탕 유적지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바스를 해마다 3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 도시로 만들었다.

사실 목욕탕의 역사는 로마가 뿌리다. 목욕을 좋아하고 즐겼던 고대 로마인들은 <공공욕장>으로 불렸던 거대한 규모의 목욕탕을 만들어냈다. 이들 공공욕장은 규모도 엄청났거니와 수많은 방과 휴식공간, 사교장까지 갖추어 시민들을 끌어 들였다. 목욕탕은 단순히 목욕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사교의 장소로 활용되면서 간통과 난교, 매춘 등이 벌어지는 장소로 전락해갔다. 결국 로마 시는 1주일에 한 번만 목욕 할 수 있게 하는 ‘목욕제한령’을 공포해 도를 넘는 시민들의 목욕탕 애용(?)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시민들의 목욕탕을 향한 욕구는 갈수록 높아졌다. 그러자 황제들이 나서 대규모 공공욕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티투스 욕장, 도미니아누스 욕장, 트라야누스 욕장, 카라칼라 황제의 대욕장 등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공공욕장들이 이때 지어졌다. 300년 즈음에는 로마시내에서만 850여개 공공욕장이 성업을 누릴 정도였다니 그 세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원형이 그대로 남아 이름을 알린 카라칼라 대욕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컸는데 지금은 무대와 객석을 설치해 야외 오페라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목욕은 로마 뿐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독특한 문화로 정착해 발전하거나 쇠퇴했다. 대부분 나라들에서는 대중목욕탕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사우나’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동네 대중목욕탕들이 건재한다. 덕분에 한국의 사우나 문화는 해외에까지도 알려져 관광객들이 꼭 들러 가는 관광콘텐츠로 활용되고 있으니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 본새의 쓰임이 흥미롭다.

주민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사우나’가 코로나 19를 확산시키는 거점으로 지목 받고 있다. 사우나 이용자들의 코로나 확진세가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코로나 19가 목욕탕 문화사까지도 바꿀 판이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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