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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의 도닥도닥] 전주 아파트값의 허상
[김원용의 도닥도닥] 전주 아파트값의 허상
  • 김원용
  • 승인 2020.12.22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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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외지인들의 매집 실태조차 아직 안 드러나
투기세력 농간에 실수요자가 봉이 되는 일은 막아야
김원용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김원용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코로나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게 아파트 광풍이다. 아파트 가격 급상승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번지는 기세다. 도내에서는 전주가 이미 회오리 권에 들어갔으며, 인근 지역으로 언제 어떻게 감염시킬지 모를 상황이다.

두어 달 전 전주 에코시티 45평형 아파트가 11억원대에 거래신고 됐을 때만 해도 아파트 가격을 올리려는 중개업자의 농간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뒤이어 10억원대 거래도 신고됐다. 신도심 아파트매물가가 최근 몇 달 새 1~2억원씩 껑충 뛰었다. 급기야 전주시 전역이 부동산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렀다.

아파트 가격 상승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거주 공간으로 만족하지 않고 재테크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경우 아파트 비중이 70%를 넘는다. 내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 내 재산이 그만큼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아파트 한 채가 거의 전 재산인 대다수 시민들이 자신의 아파트 가격 하락을 반길 리 만무하다. 아파트 가격 상승에 여러 외부적 요인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파트 소유자의 이런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 상승이 공동체 전반에 미칠 부작용은 훨씬 크다. 무주택자에게 절망감을 안길 뿐더러 실소유자에게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내 아파트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닌, 주변 가격도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이다. 해당 거주지를 떠나지 않는 한 아파트 가격은 허상이다. 집값 상승에 따른 세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그럼에도 아파트 값은 매년 올랐다. 전주에서 아파트 열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 인후동 현대아파트 분양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89년 2차 분양 때 148세대분양에 8000여명이 몰려 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때 분양가가 평당 100만원 선이었다. 그 후 10년 만에 평당 300만원대를 돌파했고, 다시 10년 만인 2010년대 600만원대를 넘어섰다. 그리고 다시 10년 뒤인 근래 1000만원 선을 넘보고 있다. 분양가 기준으로 30년 새 10배가 오른 셈이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전주지역에서 이만큼 수익을 내는 재테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전주 아파트값이 적정 수준일까. 다시 말해 전주에서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가파르게 상승할 요인이 있는 지다. 전주로 인구 유입이 많지 않고 주택보급률도 113%나 되는 상황에서 아파트 가격의 급등은 아무리 대내외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기형적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나 시중의 일반적 평가다. 가장 최근 신도심지역 대형 브랜드업체 분양가가 평당 900만원대인데 1600만원대에 거래된다는 게 어찌 정상적일 수 있겠는가. 외지 투기세력이 전주 아파트 가격을 들쑤셨다고 보는 배경이다.

전주 아파트값이 그만한 가치(내재가치)를 갖고 있다면 가격 상승에 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외지인 농간에 휘둘리도록 방치됐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 전주시가 신도심지역 비정상적 아파트거래에 대해 대대적 조사에 나서 위반 사항을 대거 적발했다고 발표했으나 아파트 가격은 이미 크게 올랐다. 더욱이 아파트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외지인들의 매집 실태조차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주 아파트값이 거품인지는 국토부의 부동산규제지역 지정에 따라 시간이 좀 지나면 드러날 것이다. 투기세력의 농간에 실수요자가 봉이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수도권에 비해 주거마련을 덜 걱정했던 게 그나마 지역의 강점이었다. 부동산 규제지역에 묶여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집장만이 더 어려워진 현실이 안타깝다. 아파트 문제는 국가정책도 있지만 지역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전주형 아파트정책은 나오기 어려운 것일까. /김원용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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