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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1심 무죄… 피해자들 “지금도 죽음과 싸우는데”
‘가습기살균제’ 1심 무죄… 피해자들 “지금도 죽음과 싸우는데”
  • 김태경
  • 승인 2021.01.17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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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피해자 224명 중 사망자 51명 달해
시민단체 “사회적 흐름 어긋난 판결” 비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비상대책위, 개혁연대 민생행동 등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비상대책위, 개혁연대 민생행동 등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가 온종일 산소치료를 하면서 ‘아빠, 나 죽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피해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죽음을 마주하며 고통과 싸우고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면 저희는 전부 돌연사한 것입니까. 아이가 학교도 못가고 기관지확장증, 천식, 부비동염 등 오만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들었다면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나요.”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판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전직 임직원 13명에 대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업무상 과실치사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 ‘지난 2015년부터 가해자 처벌을 위해 싸워왔다’는 전북지역 한 피해자는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이날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관계자 1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2년여 동안 심리한 결과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는 앞서 유죄 판결을 받은 PHMG·PGH 성분 가습기살균제와 성분이나 위해성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는 즉각 입장 성명을 내고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는 이 판결은 사법부의 기만”이라며 “기체 상태로 흡입하면 안 되는 물질을 가습기살균제로 만들어 팔면서 흡입독성조차 검증하지 않은 가해기업들의 업무상 과실 조차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사법주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신청·접수현황에 따르면 2011년 처음 불거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올초까지 7161명이 접수됐고, 사망자는 1609명에 이른다. 이 중 835명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만들어 판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해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전북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21일 기준 224명(생존 173명·사망 5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습기살균제로 30대 아들이 숨졌지만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한 피해자는 “지금도 아들만 생각하면 깊은 밤에도 잠이 오지 않고 벌떡벌떡 일어난다”며 “하루에도 수십번 나쁜 생각이 들지만 다른 피해자 가족들이 나를 위로하면서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고 말렸다”며 심정을 전했다.

전북지역 환경단체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는 “지난해 정부 특조위 출범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 범위를 천식·폐질환 중심에서 아토피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했다”면서 “정부도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책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원 판결은 사회적 흐름에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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