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1-03-01 19:39 (월)
지금 우리에겐 ‘소외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겐 ‘소외된 목소리’가 필요하다
  • 문민주
  • 승인 2021.01.21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 여성문학연구자 집단 ‘지식공동체 지지배배’
여성·재난·참사 문제 조명, 최근 기록·비평집 발간

“가부장제의 원리와 체제 속에서 혹은 국가적 재난 속에서 송두리째 삶을 빼앗기고도 이미 잊어버렸거나 잊히고 있는, 잃어버렸거나 잃어가고 있는, 소외되고 배제된 존재의 삶에 주목했습니다.”

전북지역 여성문학연구자 집단 ‘지식공동체 지지배배’의 시선은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배제되고 잊힌 존재들’에게 향한다. 이 시선을 쫓다 보면 우린 어떤 가치와 양식들이 삶의 바깥으로 추방되고, 누락되고, 배치됐는지 확인하게 된다.

지식공동체 지지배배는 김은혜 문학·만화연구자, 유인실 문학연구자, 이숙 문학연구자, 최은영 영상문학연구자, 최정 극작가 등 다섯 명의 신진 여성문학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연구집단이다. 이들은 전북대 대학원 국문과 동문으로 시, 소설, 희곡, 만화, 영화 등 각기 관심 분야는 다르지만 지역, 여성, 비정규직이라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연대를 모색했다.

이들 중 몇몇은 서너 살 어린아이들을 곁에 두고 학위논문을 쓰고, 몇은 아이를 다 키우고 나서야 자신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두 여성으로서 삶을 살아오면서 틈틈이 자신의 연구 영역을 확장해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인 갈증을 느꼈다고 했다. 김은혜 문학연구자는 “여성으로, 문학연구자로 살아온 우린 서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며 “우리가 직접 몸으로 부딪쳐 왔던 동시대적 삶과 문학을 연결해 폭넓게 공부하고 싶었다. 이를 대중과 함께 공유하며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고자 했다”며 모임을 조직한 동기를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주제 의식을 갖고 작은도서관, 동네책방, 청년몰 등에서 ‘광장의 한복판에서 여성서사 몰아쳐 읽기’로 강연을 이어갔다. 연구자들은 그 과정에서 “대중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격의 없이 소통할 때는 현장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특별한 감회를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공동 연구 작업의 첫 번째 산물로 기록·비평집 <문학으로 잇다-공감을 넘어 통감으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시, 소설, 희곡,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별 작품을 대상으로 2015년 이후 우리 사회에 제기된 ‘여성 문제’와 한국 역사에서 되풀이되고 미해결된 채 되돌아오는 ‘재난과 참사’의 고통을 집중 조명했다. 책에 실린 10편의 글은 그동안 지배 문법에 침윤된 문학·대중 서사에서 왜곡되고 비민주적인 상상력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정동의 시선을 공통점으로 한다.

특히 연구자들의 연구, 비평글 이외에 지난해 가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지식공동체 지지배배의 연구자들과 대중 시민들이 만나 ‘재난 이후의 문학’이라는 의제를 함께 토론해 문제의식을 확장해 본 담론 현장의 기록도 함께 실었다.

향후에는 재난 이후의 문학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 문학연구자는 “과거 한국 사회가 통과해 온 재난 속에서 반복되고 재생산되는 재난의 고통에 주목하고자 한다”며 “참사 이후의 과정이 누구의 힘에 의해 전개됐는지, 누구의 눈으로 참사가 해석되고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누구에 의해 구성되는지 등 참사의 위치성과 접근의 층위를 통찰하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