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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화장과 변장 그리고 색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화장과 변장 그리고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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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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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 파트라
클레오 파트라

기껏 화장했다는데 변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간간이 볼 수 있다. 지금도 끔찍했던 기억은 옛날에 유행했던 고스트 화장법이다. 학교에서 보는 청순해야 할 여학생들이 입술을 비롯하여 눈두덩이 등을 까맣게 칠하고 다니는 여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유행이란다.

화장은 타인에게 곱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변장은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하여 목적에 따라 다르게 바꾸는 것이다. 그러하니 고스트 화장은 화장이 아니라 유령으로의 변장이었다.

눈꺼풀이 두툼하다고 여기면 파랑 톤으로 칠하고 (반대로 눈꺼풀이 움푹 들어간 서양 여자의 경우에는 따뜻한 색을 선택하기도 한다) 볼에 따뜻한 느낌이 나는 연지를 찍고 입술을 붉은색 계통으로 칠하는 보통의 화장법은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진출색과 후퇴색을 이용한 셈이다. 차가운 색은 후퇴해 보이고 따뜻한 색은 진출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껏 금발로 염색을 하고는 높은 채도의 노란색이나 빨간 윗도리를 입으면 금발이 아니라 녹이 슬어 보이는 것은 채도 대비를 잘 몰라서이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상품의 포장지를 검은색으로 하여 그 상품을 상하차하는 노동자들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명도 대비에 약한 것이고 건널목 차단기를 노랑과 검정의 빗금이 아니라 흰색과 빨간색으로 하면 멀리서도 잘 보일 텐데 하는 사람도 색의 명도와 채도에 무관심한 것이다.

목욕탕에서 문신한 사람들이 검은색 삼각팬티를 입고 거울 앞에서 몸매를 뽐내는 것을 보면 자신의 몸을 학대하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창조주가 왜 대밭이나 긴 풀밭을 거니는 얼룩말이나 호랑이에겐 줄무늬를, 개구리에게는 풀색을, 두꺼비에겐 갈색을, 북극곰에게는 흰색을 주었는지를 한 번만 생각해 보자.

건물의 같은 방향이라도 흰색을 칠한 반쪽에는 고드름이 열리는데 검은색의 반쪽은 고드름이 안 열리는 것도, 북극이나 남극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물주머니는 항상 검은색일까도 생각해야 한다.

히로시마에 어마어마한 위력의 원자탄이 투하되었을 때에도 검정 옷을 입은 사람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이 타버렸는데 흰색 계통의 옷을 입은 사람들은 왜 형체를 보존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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