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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의 끝, 미얀마의 봄
독재의 끝, 미얀마의 봄
  • 김은정
  • 승인 2021.03.04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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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선임기자
삽화=권휘원 화백
삽화=권휘원 화백

2017년에 제작된 후지모토 아키오 감독의 영화 <내가 돌아갈 곳>은 미얀마 출신 부부가 안전한 삶을 위해 일본으로 이주했으나 정착하지 못하고 두 명의 아이들과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난민문제를 새롭게 일깨워주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늘 불안한 미얀마의 정치적 상황을 깨닫게 한다.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가 자신의 조국 미얀마로 돌아온 것은 1988년이었다. 인도대사로 부임한 어머니를 따라 인도로 건너간 것이 1960년, 그가 떠나 있는 동안 미얀마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군부독재에 의해 경제는 파탄 났으며 인권을 유린당한 국민들은 폭압과 가난 속에 허덕여야 했다. 그때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대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자유와 인권, 독립을 상징하는 공작새가 그려진 깃발을 손에 들고 평화적 시위로 거리에 나섰지만 군부는 총격으로 진압했다. 수많은 학생들이 거리위에서 죽어가자 승려들과 시민들이 가세했다. 1988년 8월 8일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서 일어난 8888항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병상의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던 아웅 산 수치를 불러낸 것은 8888항쟁과 국민들의 열망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지도자가 된 아웅 산 수치는 민주민족동맹(NLD)을 결성하고 군부정당인 국민통합당(NUP)에 맞섰다. 거리에 나서 민주화를 외치는 그는 미얀마 국민들의 희망이자 미래였다. 그러나 미얀마의 민주화는 쉽게 오지 않았다. 군부 독재는 정당한 총선 결과에 승복하는 대신 총칼로 국민들을 협박하며 정권을 장악하고 아웅 산 수치를 오랜 세월, 투옥과 가택연금으로 묶어 두었다.

다행히 미얀마는 2011년 민선대통령을 선출해 민주주의와 개방경제 실현 등 중도 개혁을 시도하고, 2015년에는 아웅 산 수치가 이끄는 NLD가 선거에서 완승하면서 독재 시대의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도 정권을 다시 장악하기 위해 세력을 키웠다. 그 중심에 선 사람이 민 아웅 흘라인.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다시 NLD가 압승하자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최고 사령관이다.

군부 쿠데타로 혼란에 휩싸인 미얀마 상황이 심상치 않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한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두들겨 맞는 시위대와 ‘독재타도’의 팻말을 보며 군부 독재를 끌어내린 80년대 우리의 거리 항쟁을 생각하게 된다. 미얀마 국민들, 부디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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