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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일자리와 일거리
예술인 일자리와 일거리
  • 기고
  • 승인 2021.03.0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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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예술인과 일자리. 틀린 말은 아니다. 옳은 말도 아닌 것 같다. 국어사전에서 예술인은 예술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직업과 일자리는 같은 것일까? 필자는 극을 만드는 작가지만, 작가라는 직업이 일자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자리의 기준은 무엇일까? 일자리는 출근과 퇴근 시간이 있다. 작가라는 직업은 마감은 있어도 출퇴근은 없다. 예술인의 시간은 자유롭다. 다만 자유로운 시간에 대한 책임은 있다. 마감까지는 출퇴근 시간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시간만이 있다.

정부는 매년 예산을 투입해 예술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일자리가 생겼다고 말하는 예술인은 주변에 없다. 다만, 이제 예술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겠다고 말하는 예술인은 있다.

예술인과 일자리,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명쾌한 답을 준 사업이 있다. 코로나19 전주시 청년 긴급 일거리 지원사업. 2020년에 전주시 사회혁신센터가 추진한 사업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청년에게 지원금을 주겠으니, 무엇이든 해보라는 사업이다. 정산도 필요 없다.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주겠다니. 일거리라는 단어를 곱씹어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분명해졌다.

일자리는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직업’이다. 일거리는 ‘일을 하여 돈을 벌 거리’를 뜻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는 예술인에게 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9시 출근 6시 퇴근을 보장하는 예술인 일자리가 생긴다면 예술이 성장할까? 자유로운 시간을 책임 있게 쓰는 일거리가 예술인에게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일거리가 더욱 중요하다. 한 명의 월급으로, 여섯 명의 일거리가 생긴다.

예술인과 일자리는 성립하지 않는가. 맞는 말은 아니다. 예술기관 단원과 예술 강사는 예술인 일자리라 부르는 게 마땅하다. 국가가 집중해야 할 일자리는 문화예술 기획자다. 기획자에게는 일자리를 줘야 한다. 월급을 받는 기획자들끼리 모여 예술인에게 어떠한 일거리를 줘야 할지 과감하게 맡겨보는 것은 어떨지.

얼마 전 전주시 문화예술인 복지정책 토론회에 참석했다. 필자는 토론자로 초청받아 예술인 일자리와 일거리를 이야기했다. 필자는 제안했다. 아이디어 수집에만 그치는 공모전이 있다면, 올해는 과감하게 없애보자고. 그 재원으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예술인에게 일거리를 줘보자고 말이다.

정책사업은 솔직하고, 단호하고, 명쾌해야 한다. 불편한 과정을 없애고, 필요한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 예술인에게 일거리를 줘서 스스로 극복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연구했지만, 일자리를 만들기는 어렵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이다. 정부가 할 일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투명한 일터를 만들면, 일자리가 생긴다.

무대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무대가 있다. 전주시 모든 곳이 무대다. 전주라는 무대에서 예술 실험을 할 수 있는 일거리가 필요하다. 전주형 일거리 사업의 핵심은 예술 실험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예술을 실험하고, 자신의 예술로 타인에게 감동을 주며, 전혀 다른 장르와의 예측하지 못한 결합이 필요하다. 3개월 일자리가 생겼다는 말보다, 올해 10개의 예술 실험이 예정되었다고, 많은 일거리에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말이 예술인에게 더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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