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1-04-17 18:32 (토)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 기고
  • 승인 2021.04.06 2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강동화 전주시의회 의장

어린것들에게서는 좋은 향이 난다. 막 움튼 쪽빛의 잎새에서도 신선한 향이 나고, 꼬물거리는 새끼 고양이에게도 늘 달콤한 향이 난다.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는 말할 것도 없다. 씻기지 않아도, 땀을 좀 흘려도, 그토록 사랑스러운 향기가 나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존재의 향기라는 건, 물론 상대적이다. 아마도 어린것들에게서 나는 모든 향기는, 그 대상에 대한 우리의 사랑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향해 막 뻗어난 그 나약한 생명을 기꺼이 사랑하고 보듬고 지켜주려 한다. 그것이 인류와 자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던, 가장 가치 있는 본능일 것이다. 그 본능이 흔들리는 사회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희망 또한 함께 흔들리는 것이리라.

최근 극악무도한 아동학대 사건이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백골 상태로 발견되기까지 빈집에 갇혀 있던 구미의 보람이 사건은, 슬프다 못해 치가 떨릴 지경이다. 입양 후 결식, 폭행 등 학대를 일삼은 정인이 사건, 조카를 물고문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이모 부부, 작년엔 계부의 폭행과 학대에 시달리다 지붕을 건너 극적으로 탈출한 소녀도 있었다. 얼마 전 전주에서도 생후 7개월 된 딸을 상습 폭행해 뇌사상태에 이르게 한 20대 친모가 살인미수로 송치됐다. 참으로 억장이 무너진다.

물론 아동학대는 어느 사회나 내재해 있던 사회문제다.

다만, 현대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학대나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함께 대응해줄 가족 외의 존재, 즉 공동체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특히 핵가족, 1인 가구, 재혼 가구, 입양가정 등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가정이 늘어나다 보니, 아동의 보호 울타리가 더욱 낮아진 게 사실이다.

모든 부모들은 양육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녀에게 상처를 남긴다고 한다. 다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 부족함을 메워주는 것이 조부모, 형제, 친인척이라는 혈연의 울타리였고, 또 옆집이나 앞집으로 이어진 마을의 공동체였다. 현대사회에 아동학대, 친족간 강력범죄 등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가족의 울타리와 지역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2452건이다. 이 중에서 아동학대 사례로 판명된 건 무려 2088건에 이른다. 단순한 신체 폭력에만 그치지 않고 정서학대, 방임 등 신체적·정서적 복합 사례가 1075건이나 된다.

극단적인 사례로 세상에 드러난 사건 외에도,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아동학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체벌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감정이 담긴 폭언이나 정서적 학대 또한 분명한 아동학대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모든 보호자는 자녀의 소유나 권리 주체가 아니라, 다만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심히 지나친 어느 창문 아래 울고 있는 아이는 없는지, 이웃과 지역공동체의 따뜻한 관심과 인식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전주시는 아동보호전담요원을 채용하는 등 선도적인 아동보호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도 촘촘한 사회 안전망 마련과 아동학대 예방정책으로 아이들이 먼저 웃는 행복한 전주를 만드는데 모두의 뜻을 모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강동화 전주시의회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