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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지원국 해제, 美·北 득실은
테러지원국 해제, 美·北 득실은
  • 연합
  • 승인 2008.10.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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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북한이 핵불능화에 복귀하는 내용의 북미 핵검증 합의에서 양쪽이 얻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평면적으로만 보면 이른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한개를 주고 한개를 받았기 때문에 무승부라고도 할 수 있지만, 주고받은 내용의 질을 따지면 북한 쪽에 저울추가 기울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북한은 애초 비핵화 2단계인 핵불능화 과정을 이행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으로 복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은 굳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레버리지'가 되는 테러지원국 해제카드를 포기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 미국 = 조지 부시 행정부는 내년 1월로 끝나는 임기내에 북한의 핵불능화라는 2단계 목표달성의 동력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이번 핵검증 합의를 `나쁘지 않은' 딜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차기 대통령 선출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어서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는 울며겨자먹기 식이라도 일단 불능화의 판이 깨지는 일은 피해야 했던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구색을 모든 갖춘 핵검증 합의를 도출해 냈다는 논리에서다.

일단 6자회담 프로세스가 다소 불완전한 합의 속에서라도 굴러갈 수만 있다면 비핵화 3단계의 바통을 차기 정권에 넘겨주는 릴레이 주자로서의 `충실한' 역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이는 대화를 통해 북한에 계속 `관여'(engage)할 수 있다는 무형의 소득도 남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미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가 이번 테러지원국 해제를 `적절한 조치'라고 반긴 점은 비록 정권교체가 이뤄진다고 해도 대화와 설득을 통한 대북정책의 기조가 승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벼랑끝 외교'를 구사하는데 끌려가다가 결국 외형만 그럴듯한 검증체계에 합의해 주고, 테러지원국 해제카드마저 내주고 말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목은 손실로 기록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시설에 대해서는 북한의 동의를 얻어야만 검증이 가능하도록 합의해 줌으로써 스스로 검증능력의 발목을 잡은 것도 감점요인이다.

여기에다 부시 행정부로만 좁혀본다면 집권 공화당의 강경론자 사이에 비판론을 촉발시킴으로써 대선을 앞두고 오히려 상대당인 오바마에게 유리한 `이적 행위'를 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 북한 = 특유의 벼랑 끝 전술과 `살라미 전술(단계를 잘게 쪼개서 이익을 추구하는 전술)'를 동원해 자신들이 목표했던 최대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의 실력행사 움직임을 보였을 때 돈 오버도퍼 교수(조지타운대) 같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아마도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협상전략일 것"이라고 북한의 속내를 읽어냈다.

북한은 이렇듯 의도가 뻔하게 읽히는 카드를 갖고도 핵도박의 판돈을 키워서 최대치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20년9개월만에 오명을 벗는다는 상징적 의미 하나만으로도 북한에는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또한 당장은 아니겠지만 북한이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끌어다 쓰려고 할 때 아주 거추장스러웠던 딱지 하나를 제거한 효과도 얻어냈다.

이와 함께 미국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북한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과시하는 계기도 됐다. 북한이 영변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내쫓는 조치를 할 때마다 세계가 그들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떼쓰기 외교'와 핵을 볼모로 한 `도박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 각인시킨 것은 마이너스다.

또 관계정상화까지 생각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자주 약속을 깨면서 불신을 키운 것 역시 단기적인 득점보다는 장기적인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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