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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사람이 과속방지턱?
쓰러진 사람이 과속방지턱?
  • 김준희
  • 승인 2010.01.14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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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40대 차량 3대가 치고 지나가 결국 숨져

사람이 도로에 쓰러져 있었다. 운전자들은 '장애물 피하듯' 차선만 바꾼 채 계속 달렸다. 자동차를 멈추고 이 만취한 남성을 인도로만 옮겼다면, 목숨은 잃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6시46분께 군산시 오룡동 모 방앗간 앞 편도 2차로 중앙선 부근. 도로에 만취한 채 쓰러져 있던 이모씨(48·군산시 오룡동)를 35인승 회사 통근 버스(운전자 강모씨·60)가 그대로 치고 지나갔다.

그 뒤 10분도 안 돼 티코 승용차(운전자 송모씨·41)가 이씨를 또 깔고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이날 오전 7시께 1톤 화물차(운전자 홍모씨·73)가 이씨 몸을 넘어선 뒤에야 이씨는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운전자 홍씨가 차에서 내려 이씨를 살피는 것을 목격자 서너 명이 소방서와 경찰서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시간여의 심폐소생술로는 왼쪽 늑골 11개와 골반뼈 등이 부서지고 내장이 심하게 파열된 이씨를 살릴 수 없었다.

군산경찰서는 잘못을 자백한 홍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지만, 당시 현장에 나갔던 한정오 경사와 김상수 경사(이상 교통조사계)는 의문이 남았다.

차 한 대가 지나갔다고 하기엔 이씨 몸이 너무 크게 훼손됐고, 그가 입고 있던 점퍼에 남은 바퀴 흔적이 여러 개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사고 시간대 CCTV 화면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 거짓말 탐지기 등을 동원해 강씨와 송씨의 범행 사실을 밝혀냈다. 사고 후 50여 일 만이다.

한정오 경사는 "버스 운전자 강씨는 여전히 (이씨를 치고 지나갈 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버스에 탔던 직원들로부터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티코 운전자 송씨는 당시 현장에서 오히려 이 사고와 무관한 사람인 양 행세했지만, 범행 사실이 밝혀진 뒤엔 본인도 괴로워서 잠을 못 잤다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군산경찰서는 13일 강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혐의로 구속하고, 송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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