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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여성] 전북지역암센터에서 일하는 김정수 전북대교수
[신나는 여성] 전북지역암센터에서 일하는 김정수 전북대교수
  • 이화정
  • 승인 2010.03.2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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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상실안에도 삶의 의미 담겨 있어…암 선고 절망으로 받아들여선 안돼…현대의료에 대체의학 접목도 방법

지난해 암환자 50만 명 시대. 환자의 가족까지 더하면 200만 명의 인구가 암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암 선고가 죽음을 의미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난 21일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전북지역암센터에 근무하는 김정수 전북대 교수(방사선 종양학 전공)를 만났다.

"암에 걸렸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암 자체보다 '이제 나는 죽었다'고 생각하는 절망감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 경제적인 부담, 자괴감 때문이죠. 암 자체가 아니라 공포와 절망, 자포자기 등 다른 이유로 죽는 경우가 더 많아요."

김 교수는 누구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처럼 암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은 전공의 과정 때 관심을 가졌던 호스피스 교육의 힘이 컸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오히려 증상이 나빠지는 환자를 보게 됐어요. 사람이 처음엔 축복 받고 태어나는데, 죽는 건 왜 슬퍼야 하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태어날 때 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관심과 사랑처럼 죽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예우가 그 사회의 성숙도로 여겨지더라구요."

그가 암 환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30대부터 폐암과 싸워야했던 남편 때문이기도 하다. 의사들도 포기했던 남편이었지만, 결국 완쾌해 목회의 길을 가고 있다며 암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 치료가 동반되는 호스피스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며칠 전 한 미혼 여성이 와서 죽고만 싶다고 했습니다. 평생 수녀원에서 신부님 밥해주는 일만 했대요. 그런데 암에 걸리자 수녀님들이 있는 요양소에 갔던 거죠. 모든 걸 포기한 듯 보여 「그대 만난 뒤 삶에 눈 떴네」라는 책을 권했어요. 의사로서, 상담가로서 삶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죠.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쏟았습니다. 신부님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면 감사할 줄 모른다며 타박만 했다는 거예요. 자존심이 무척 상했던 거죠."

치료는 바로 이런 통찰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그는 육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마음을 지지해주는 돌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 치료만 강조하고 다른 치료는 일절 차단시키는 의사들과도 좀 다르다. 대체의학, 심신 이완 요법의 가능성에도 문을 열어둔다.

"의사들 역시 부족한 게 있습니다. 제일 아쉬운 게 인간의 고통에 대한 성찰이 너무 없다는 사실이예요. 의대 교육과정을 통해서 너무 바쁘게만 몰아가다 보니, 사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어려워지거든요. 오히려 의사들이 먼저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을 접목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그는 '노인'은 바로 죽음이 자신의 어깨에 와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며 그런 성찰이 바탕이 돼야 삶의 여정을 뒤돌아보는 성숙한 사고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고통이나 상실 안에서도 삶의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합니다. 암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만, 삶에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 체험들이 삶의 빛나는 보석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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