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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완묵회 "그윽한 묵향속에서 삶 가꿉니다"
[여성의 힘 2050] 완묵회 "그윽한 묵향속에서 삶 가꿉니다"
  • 이화정
  • 승인 2010.06.15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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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 20여년된 이용 서예가 제자 모임…2년에 한번씩 전시회 작품집도 발간
산민 이용선생의 제자들로 구성된 완묵회는 2년에 한번씩 전시회를 열 만큼 성실하게 붓을 잡고 있다. (desk@jjan.kr)

서예는 동양권에서 발달한 문자를 소재로 하는 조형예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예(書藝), 중국에서는 서법(書法), 일본에서는 서도(書道)라고 한다. 서예는 학문인 동시에 철학이며, 미술이다. 문자예술의 아름다움에 취한 이들이 줄지 않는 이유다.

완묵회는 산민(山民) 이용 선생의 여성 제자들이 만든 모임이다. 산민 선생은 우리 고장이 낳은 대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의 제자이자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던 전북 서단의 아름드리 중진. 추사 김정희의 당호를 따서 이름 지은 완묵회가 조직된 것은 21년 전이다. 회원들은 20여 년 넘게 붓을 잡았던 이들은 이미 '옹근' 서체로 전통과 현대와의 조화에 힘쓰고 있다.

회원은 조정희 회장을 필두로 고영애 김경임 김미순 서명덕 이민경 곽종숙 김명숙 나인숙 유숙정 이선희 정순례 정현숙 조윤미 정춘주 조숙희 조윤숙씨 등 총 17명.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묵향으로 교감하고 있다. 대개 주부들이지만, 정년 퇴임 후 뒤늦게 붓을 든 조숙희씨처럼 고전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조정희 회장은 "전북 사람들은 기질이 순박하고 여유가 있어 느림의 철학이라 할 수 있는 서예의 꽃이 만발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쩌면 천년의 전통을 토대로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삶을 중시하는 성향이 맞아떨어진 필연적 결과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새벽부터 서실에 나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끊임없이 붓을 잡는 산민 선생의 자세를 보는 것 자체가 공부. 정현숙씨는 "산민 선생은 글씨 쓰는 것 외엔 별 말씀이 없다"며 "잘했다 못했다 그런 말보다 당신이 열심히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최고의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서예는 인내와 끈기를 바탕으로 한다. 회원들은 기본기를 쌓는 데는 개인 차이가 있지만, 10년은 족히 걸린다. 먹으로 농담을 조절하고 속도에 따라 유려한 흐름을 표현하는 게 전부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에 빠지면 헤어나올 길이 없다. 그간 네 차례의 전시와 두 번의 작품집 발간을 해오면서 2년에 한 번씩 전시를 열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지켜온 회원들과의 약속. 올해도 회원들은 완묵회전을 열어 정진된 모습을 보여줬다.

"살다 보면 번잡한 일이 많잖아요. 붓만 잡으면 걱정, 근심 다 잊어요. 일종의 놀이죠." (정현숙씨)

"요즘 주부들은 서예를 잘 안 하더라구요. 빨리 배워서 빨리 활용할 수 있는 게 많아지다 보니까 빠져드는 데까지 익히는 시간을 못 견디는 거죠. 하다 보면 너무 행복해져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김경임씨) 회원들은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유행처럼 번지는 현대서예 속에서도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한다. 때로는 유려하게, 때로는 힘차게 표현되는 글씨들은 붓 끝의 집중력에서 나온다. 회원들은 먹을 갈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스리고 난 후에야 비로소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고 했다. 글씨는 정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평생교육원, 문화의집에서 운영하는 서예강좌가 늘면서 서예의 깊은 맛을 알게 되는 이들은 적어졌지만, 변함없이 묵향의 깊이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며 "메마른 생활 속에서 서예를 통해 보람과 행복을 얻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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