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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칼럼] Y2K에서 바라본 컴퓨터
[정보통신칼럼] Y2K에서 바라본 컴퓨터
  • 전북일보
  • 승인 2000.01.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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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맞이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새로운 단어는 단연 'Y2K' 일 것이다. 이는 2000년이라는 강한 이미지에 예측할 수 없는 대규모 재난 가능성, 그리고 현대인이 사용하고 있는 TV와 인터넷 등의 강력한 미디어 덕일 것이다. Y2K는 Year 2000 (2000년)을 줄인 말로서 Year에서 Y를 따오고 1000을 뜻하는 Kilo에서 K를 따서 만들었다. Y2K는 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시계가 1999-12-31-23-59-59에서 2000-01-01-00-00-00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컴퓨터가 2000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오류를 의미한다. 이러한 어이없는 오류는 연도 네 자리를 표현하는데 메모리를 절약할 얄팍한 욕심으로 (지금은 얄팍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비싼 메모리 가격으로 이러한 절약 정신은 매우 중요했다.) 뒤의 두 자리만 저장한 탓으로 돌릴 수 있다. 98년 (1998년)에 맡긴 돈에 대해 00년 (2000년)에 이자를 계산할 때, 맡긴 기간이 00-98= -98년으로 계산된다면 (실제로는 2000-1998= 2년이어야 함) 큰 오류임에 틀림없다. 다행히 지난해 부지런히 방어한 덕택으로 2000년을 맞은 지금까지 사회 문제가 될 정도의 큰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Y2K를 통하여 컴퓨터와 관련된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컴퓨터가 도처에서 작동하고 있다. PC만을 또는 PC를 포함하여 대학이나 정부 기관 등에 있는 대형 컴퓨터와 수퍼 컴퓨터들을 컴퓨터의 전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동차, 가전제품, 휴대폰, 전자 시계 등 일상 생활에서 매일 사용하고 있는 장치와 우리 몸에 지니는 장치 내부에 그들을 제어하는 특수 목적용 컴퓨터가 들어있다. 이들을 '내장 컴퓨터'라 한다. Y2K 센터에 접수된 평촌의 한 아파트 난방 제어장치의 고장을 보면 보일러 제어기에도 컴퓨터가 들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둘째,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은 버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버그(bug)란 사전적 의미로 곤충 또는 해충이지만 컴퓨터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오류를 의미한다. 자동차를 아무리 주의 깊게 설계하여도 가끔씩 특정 부위에 오류가 발생하여 리콜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핵발전소 통제나 은행 온라인 같은 대형 컴퓨터 프로그램의 작동은 자동차보다 훨씬 복잡하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그 피해 규모가 훨씬 광범위하다. 때문에 버그가 치명적 피해를 가져올 중요한 프로그램의 개발에서는 프로그램 작성보다 작성된 프로그램에서 버그를 찾아 제거하는 디버깅(debugging) 작업에 몇 배의 인력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셋째, 컴퓨터는 기계일 뿐이다. 컴퓨터는 사람이 만들어 입력해 놓은 프로그램대로만 작동할 뿐이지, 스스로 오류를 인식하고 치유할 능력이 전혀 없다. 사람은 오감을 통하여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기존 지식으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추론하고, 오류를 발견하여 자신을 향상시키는 학습을 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무뇌' 상태의 계산 기계에 지능을 부여하기 위해 '인공 지능' 연구를 열심히 하였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고 아직도 컴퓨터는 계산 기계라는 별명을 떼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숫자와 계산은 사람이 창조했고 인간 지능은 신이 창조했기 때문에, 숫자와 계산을 다루는 컴퓨터는 허용되지만 인간 지능을 다루는 기계를 만드는 것은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오일석 (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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