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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성동본 금혼폐지' 헌재결정 존중돼야
[기고] '동성동본 금혼폐지' 헌재결정 존중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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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1.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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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7월 16일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809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98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99년 1월 1일 그 효력을 상실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 단체는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하는 결정을 내렸다.

성과 본이 같으면 촌수도 가릴 수 없는 사람 사이에도 혼인할 수 없다는 동성동본 금혼조항이 바로 민법 제809조 제1항인 것이다. 이 조항은 남녀 평등에 반하고 인간으로서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여론이 일찍부터 있어 왔고 법리적으로도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헌법 재판소의 결정은 입법 기관인 국회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늦어도 98년 12월 31일 까지는 민법 개정을 했어야 했는데, 이 당연한 의무를 지키지 안했다. 특히 99년 12월 21일 국회 법사위는 동성동본 금혼조항을 그냥 놓아두기로 하였다. 법사위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법을 잘 아는 분으로서 헌법 재판소의 결정은 기속력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며, 국회는 입법을 하는 기관이며, 국회의원은 입법자로서 누구보다도 더 법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준수해야 한다. 헌법은 그 나라의 최고의 법으로서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헌법 재판소의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법률은 당연히 그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는 그러한 법은 고치거나 없애야 한다.

법사위에서는 ‘보다 폭넓은 각 계층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 동성동본자 사이의 혼인 문제는 58년 민법제정 당시부터 오늘까지 계속 문제된 조항이었으며, 그간 두 번이나 특례법을 제정하여 동성동본자의 혼인신고를 받아주기도 하였다. 그때 이미 사회적 합의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이후 정부측 개정안이 98년 11월 16일에 나왔고 올초에는 공청회와 법안 심사소위가 열렸다. 민법이 시행된 40여년간,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 2년 5개월간 국회는 여론수렴을 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그런데도 사회적 합의를 드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사실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시점’이라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고 한다. 다음 총선에서 떨어질 ‘표’만을 생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얻어질 ‘표’는 생각할 수 없는가? 만일 진보세력이나 여성계에서 들고 일어난다면 더 떨어질 ‘표’가 많을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며, 품위와 권위를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이번 민법개정안 처리과정을 보면 국회의 신성한 의무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직무유기이며, 표 지상주의 등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를 그대로 표츌한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법치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국회의원들은 오는 선거에서는 공천에서 부터 탈락을 시켜야 할 것이다.

동성동본자의 혼인신고를 접수하고 있는 이 마당에 국회의 한심스런 작태를 다시 한번 보게 된 것이다. 이것은 국가손실이다. 사문화된 법조문을 떠 받들고 새 밀레니엄을 맞는 우리 국회를 보고 한숨만 나올 뿐이다. 다음 총선에서는 국회의원의 권한과 의무에 대한 수능시험 합격자만이 입후보하게 하는 아주 유치한 제안을 해본다.

/엄영진(전주대 법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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