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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광장] 고학력 노처녀와 도도새
[전북광장] 고학력 노처녀와 도도새
  • 전북일보
  • 승인 2011.10.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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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란 (여성교육연구소 대표)

16세기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즉위 당시 수준 높은 인문주의 교육을 받은 재원으로 수많은 구혼자들이 줄을 섰던 최고 신붓감이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여성은 결혼을 해서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녀를 출산해야 한다'는 당대의 사회적 통념을 깨고 평생 독신을 고수했다.

프랑스의 잔다르크나 한국의 류관순도 당대의 여성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다. 시대와 장소는 달랐지만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전통적인 여성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남성의 영역에 도전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다는 점이다.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교육에서 소외됐던 한국 여성들은 1946년 9월 이후 실시된 초등학교 의무교육으로 남성과 같은 평등교육을 받기 시작하였고, 가족계획으로 자녀수가 줄면서 1980년대 이후 여성들에게도 대학교육의 기회가 크게 확대되었다. 그리하여 2011년 현재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섰을 뿐만 아니라 행정, 외무, 사법 고시에서 남성들을 추월하고 있고, 전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히 모든 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알파 걸들(alpha girls)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직장 내에서의 승진과 봉급에서는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고, 또 높은 학력이 결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9월 현재 대졸 미혼 여성들의 수는 남성보다 10만 명이 더 많다.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자신보다 높은 학력의 남성을 배우자로 선호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대략 50만 명의 고학력 여성들이 짝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여성이 배우자감으로 남성을 선택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높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고학력 여성들의 짝이 될 만한 조건을 갖춘 고학력 미혼 남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력과 능력을 갖춘 엘리트 남성들이 선호하는 이상적인 배우자감은 똑똑하고 당찬 전문직 여성이 아니라 예쁜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지닌 나이 어린 여성들이다.

한국이 저출산 국가(OECD 회원국 최하위로 여성 1인당 1.22명)가 된 데에는 고학력 미혼여성들의 급증도 한 몫을 하였다. 물론 기혼 여성들이 직장 생활과 육아를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오늘날과 같은 양성평등 교육을 이루기 위해 그동안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적·사적 자금이 지출되었다. 여성의 고등교육이 사회적으로 평가 절하되고 또 결혼을 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면 국가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사회의 고학력 미혼여성의 증가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성이 무조건적으로 가장이 되고 여성은 남성을 내조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부터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남성들의 배우자 선택 기준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지적이고 똑똑한 여성들을 기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배우자로 선택하여 진정한 동반자적 부부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고학력 엘리트 여성들도 너무 학력에 연연하지 말고 인성 좋고 성실한 남성이라면 배우자로 선택하여 적극적으로 가사와 육아의 공동분담을 모색해야 한다.

고학력 엘리트 여성들이 결혼할 수 있는 문호가 활짝 열리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의 저출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이들의 우수한 지적 유전자는 새였지만 날아보지 못하고 멸종된 도도새(dodo)처럼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지 모른다. /김현란 (여성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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