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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수첩] 아직도 동사라니
[사건수첩] 아직도 동사라니
  • 정진우
  • 승인 2000.01.10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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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을 맞아 세상은 복지사회를 일구겠다며 희망에 부풀어 있다지만 아직도 한켠에서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져 있다.

이번 겨울들어 도내에선 처음으로 동사자가 나왔다.

지난 5일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의 허름한 집에서 내연의 관계인 이모씨(47)와 임모씨(45·여·전주시 덕진구 팔복동)가 숨져있는 것을 마을주민 박모씨(61)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이 숨지기 전까지 기거했던 곳은 속칭 ‘쪽방’으로 불리는 1.8평짜리 단칸방. 어른 한명이 누워도 비좁기 짝이 없는 이곳은 난방시설 자체를 찾아볼수 없었다. 발견당시 방안에는 셀수없을 정도로 많은 술병들이 뒹굴고 있었고, 이들은 이불을 두른채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경찰조사결과 이씨는 혈연을 찾을수 없었지만 임씨는 장성한 자녀들을 여럿 두고 있었다. 임씨는 몇해전부터 자녀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씨의 단칸방에서 동거중이었다. 이들은 여태껏 술을 벗삼아 세월과 외로움을 달랬지만, 결국 술과 추위 탓에 세상을 등져야 했다.

경찰은 발견당시만 해도 방안에 술병이 가득한데다 이들이 당뇨·지방간·영양실조 등을 심하게 앓았다는 점을 들어 과음으로 인한 심장마비사로 추정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장성분소에서 실시한 부검결과 이들의 최종사인은 동사로 밝혀졌다. 지병 등으로 면역체계가 부실한 이들이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냉기를 이기지 못하고 숨졌다는 설명이다.

‘선진사회구현’구호가 무색하게 아직도 구시대를 연상케하는 동사자가 속출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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