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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실리(實利)야!
바보야, 문제는 실리(實利)야!
  • 이경재
  • 승인 2012.09.0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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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석 논설위원
윤재호 건설협회도회장이 신임 인사차 지역 국가기관장을 예방했다. 조단위 사업물량을 투자하는 기관이다. "도내 건설업체들이 사업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랬더니 이 기관장은 "시장 군수들한테 도와달라고 하세요." 했다.

애써 일을 하면 단체장들이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생색 내버리는 행태를 비꼰 언급이다. 일거리를 만들어 지역을 도와봤자 고맙다는 전화 한 통도 없더라고 했다. 이런 정도라면 우리지역에 애정을 갖고 사업을 추진할 기관이 얼마나 될지 우려스럽다.

지역경제가 매우 어렵다. 대기업들은 대선 이후에 대비, 유동성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니 돈이 돌지 않는다. 자영업, 건설업, 제조업 모두 죽을 맛이다. 도내 건설업체들은 아예 물량 자체가 없어 불황에 빠져 있다. 7월말 현재 수주액은 8400억 원. 작년 같은 기간 1조3400억 원의 58%에 불과하다. 도내 종합건설업체는 682개나 되는데 숟가락 꽂을 곳이 없으니 항상 배가 고프다. '개점휴업' 업체도 부지기 수다.

지역경제가 기지개를 켤려면 주택, 토지, 도로 등 건설사업을 많이 실행해야 한다. 협력업체와 하청, 인력고용과 자재 등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다. 전국의 단체장들이 개발사업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능력이 없는 단체장과 정치인에게는 선거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개발사업을 많이 하는 곳이 LH(토지주택공사)다. 도내 연간 투자액이 5000억 원 규모다. 주택건설과 택지개발, 산업단지 조성이 사업 영역이다. 전북에서는 전주 만성지구와 효천지구,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혁신도시, 군산 신역세권, 완주 삼봉, 정읍 첨단산단 등이 추진되고 있다. 모두 서둘러야 할 사업들이다.

그런데 LH가 시큰둥하다. 자치단체가 식품클러스터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사업추진 주체인 LH는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 웃기지 말라는 투다. 충남 등 다른 지역의 신규 사업들이 속속 확정되고 있지만 전북의 그것들은 불투명하다. 김호수 부안군수가 임대아파트 건설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미정이다. 임대아파트는 전국 공통의 요구 사업이다. 일부 예를 들었지만 전북은 향후 LH사업에 애를 먹을 것 같다.

왜 그런가. 지역이 LH를 적대적 관계로 만든 탓이 크다. 전주 효자5지구 보금자리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과 관련, 일부 지방의원과 국회의원이 LH본사에서 가격인하를 요구하며 강도 높은 액션을 취했다. 애당초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면 떼쓰는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얻은 것도 없이 전북의 이미지만 나빠졌다.

또 전북도가 분양가를 내리지 않으면 앞으로 사업 인·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공문을 LH에 보낸 것도 화를 돋궜다. 김완주 지사는 임대아파트 공약을 이행할려면 아쉬운 소릴 해야 할 텐데 너무 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그때 가서 술 사고 로비해야지."라고 반응했다. 참으로 편한 답변이다.

이런 맛보기식 대응은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LH한테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도와주고 싶은 의욕을 사정 없이 꺾어버리는 행태다.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결국 지역개발의 발목을 잡고 전북을 외톨이로 만드는 부메랑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기관장의 언급과 LH 두 사례는 투자기관을 우호적 관계로 만들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어려운 시기에 허풍을 떨고 튀는 행정이나 하면서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다. 일할 의욕을 북돋아 주고 투자기관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유능한 정치인이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할 때다. 차 한잔 대접하면서 투자사업 기관장들의 얘기를 경청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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