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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내려 놓고 원시의 대자연과 교감하다
문명 내려 놓고 원시의 대자연과 교감하다
  • 김경모
  • 승인 2013.01.31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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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산내들희망캠프 '네팔 오지문화 탐사대', (하)히말라야 다울라기리를 가다
▲ 네팔의 8000m급 산에서 가장 서쪽에 자리잡고 있는 다울리기리. 인간의 발걸음과 당나귀의 진입만을 허용하는 원시의 길이다. 완주 산내들희망캠프 탐사대원들이 끝없이 이어진 아스라한 길을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다울라기리로 가는 길= 네팔의 관광도시 포카라에서 자동차로 3시간반 정도 달리면 '베니'란 지역에 도착한다. 여기서 오가는 차량이 서로 교행하기도 아슬아슬한 비포장 도로를 2시간 남짓 돌고 돌면 '다라방'이란 곳이 나온다. 간간이 졸던 대원들도 자신의 버스가 아스라한 낭떠러지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면 두 눈을 동그랗게 고쳐 뜬다. 다라방을 잠시 지나치면 더 이상 버스는 달릴 수 없다. 비포장 도로마저 여기서부턴 끝나고, 인간의 발걸음과 물건을 나르는 당나귀 진입만을 허용하는 원시의 길이 시작된다.

△현대 문명 이기와의 이별= 차량에서 내려 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배낭을 둘러맨 대원들이 히말라야 설산을 향해 첫 걸음을 시작한다. 걷다 보니 현대 문명과 작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필요하면 늘 곁에 있던 전기도, 인터넷도 없고, 습관적으로 꺼내보던 스마트폰도 여기선 무용지물일 뿐이다. 남아 있는 유일한 문명의 이기는 긴급사태를 대비해 준비한 위성전화 달랑 한 대.

외지인과 접촉이 거의 없었던 히말라야 원주민들이 이방인을 신기한듯 바라보며 따라 붙는다. 네팔과 인도의 대표적인 인사말인 '나마스떼, 나마스떼'를 외친다. 상업화된 숱한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오직 다울라기리에서만 즐길 수 있는 순박한 환영식이다.

△'걸음을 사랑하는 모임'발족= 히말라야의 경사도는 한국의 노년기 산야와 판이하다. 가끔 직각에 가까운 산이 앞을 턱 막아서면 대자연 속의 인간의 나약함을 절로 실감한다. 탐사대원들은 금세 적응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중독현상을 보였던 대원들이 잠시 쉴 때면 닭싸움을 즐기며 천진한 모습으로 자연과 동화되어 간다.

한 산모퉁이를 돌면, 또 다른 산이 턱 막아서는 히말라야. 걸어도 걸어도 설산은 멀리서 아른거리는 길, 그렇다면 걷기를 즐기는 방법이 최선이 아닌가. 대원들이 걸음을 사랑하는 모임의 준말인 '걸사모'를 구성하고 회장까지 선출하면서 다리에 온힘을 집중하고 험준한 산을 오른다.

△하루 12시간의 강행군= 아침 6시에 기상. 7시까지 아침식사를 마치고 대원들의 상태를 점검한 후 7시30분 히말라야 설산을 바라보며 걷는다. 모두 상쾌한 기분으로 모인 점심시간. 설산의 산허리에 구름이 흐르니, 산이 마치 하늘에 떠있는 듯한 신비한 광경이 연출된다. 그 설산을 지그시 바라보며 카레라이스를 한 수저 입에 문다. 더 이상 바랄 게 무엇이랴.

환상적 감상을 툴툴 털고 나선 오후 산행. 중고생으로 구성된 대원들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상황과 맞서야 했다. 족히 수백 미터에 이르는 낭떠러지에 걸친 가느다란 산길을 지날 땐 누구 할 것 없이 철렁 내려앉는 가슴과 함께 다리는 후덜덜. 야영 이외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탐사대는 그날 정한 목표 지점에 어떤 일이 발생해도 도착해야 한다. 히말라야는 목표 지점 이외엔 텐트를 칠 공간을 전혀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탈진 선상을 오가던 탐사대가 헤드랜턴까지 밝히며 목표지점인 산골 초등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30분. 출발한지 12시간이란 시간이 흘렀다. 고용한 짐꾼들은 이미 대열서 낙오해 오후 9시30분쯤 나타난다.

△인간의 삶터를 넘어서다= 네팔의 산 아래는 바나나와 오렌지가 자라는 아열대 기후. 하지만 점점 고도를 높여 해발 2500m 선상을 넘어서니 흐르던 물길에 얼음이 보인다. 히말라야 지역의 절묘한 풍광을 빚어내는 계단식 다랭이논도 사라진다. 사방을 둘러보니 이곳은 인간이 상주하는 삶터가 아니다. 도방이라 이름 붙은 곳에서 대원들이 새하얀 입김을 호호 내뿜으며 텐트촌을 만든다. 모닥불을 피워 움츠러든 몸을 녹인 후 뜨거운 물로 가득 채운 물병을 보물인양 하나씩 품에 안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새하얀 설산 밑 뜨거운 눈물= 대원들은 14일에 걸친 탐사 기간 동안 저녁식사 이전에 토론회를 벌였다. 주제는 매일 아침에 전달되고, 목표지에 도착해 야영 준비가 끝나며 촛불 아래 둘러앉아 작은 토론회장을 만든다. 설산이 주변을 둘러싼 도방에서 이어진 토론회 주제는 '가족'. 처음엔 쭈뼛쭈뼛 말문이 막혔던 대원들이 부모와 얽힌 애증을 하나씩 쏟아낸다. 대원들이 눈시울을 붉히는가 싶더니 텐트 속이 온통 눈물로 젖는다. 지도위원들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누가 결론을 내릴 것도 없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이라는데 뜻이 모아진다.

△하산에만 꼬박 이틀= 세상사 모든 게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인다. 뒤돌아 선 길에서 만난 히말라야의 풍경들. 또 언제 보랴 싶어 하나씩 하나씩 눈에 가득 담는다. 수백 미터에 이르는 폭포들의 행렬. 아찔한 벼랑에 붙은 석청.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내걸린 산길. 언제쯤 목욕을 한건지 가늠하기 힘든 현지인들. 모두 모두 가슴속에 포근히 스며든다.

하산을 시작한지 이틀이 지난 석양녘. 산 모퉁이를 돌아서니 멀리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가 보인다. 문명을 벗어난지 불과 며칠만에 보는 자동차가 조금은 어색하다. '앞으로 현대 문명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야 하나' 며칠 전까지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 문득 스쳐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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